가축들의 생존방식
가축들의 생존방식
  • 승인 2018.11.0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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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새누리교회
담임목사
지구에는 우리 인간 외에 사자와 호랑이, 코끼리나 늑대 등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다. 아니 교과서에서 그렇게 배웠고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영화에서 단지 그렇게 보고 들었을 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텔레비전과 영화 그리고 책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하는 그 많은 동물들은 오늘 현실세계에서 사라진 지 오래이다. 이 세계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동물들은 인간이 키우고 있는 가축이거나 반려동물들 뿐이다.

오늘날 이 지구에 어슬렁거리는 야생 늑대는 약 20만 마리인데 가축화된 개는 전부 4억 마리가 넘는다.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사자는 4만 마리 정도인데 집고양이는 약 6억 마리이다. 아프리카 물소는 90만 마리인데 가축화된 소는 15억 마리 정도이다.

2009년 유럽에 약 16억 마리의 야생조가 있었으나 유럽 사람들은 닭고기와 달걀을 얻기 위해 19억 마리의 닭을 길렀다고 한다.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몸무게가 킬로그램 단위인 대형 동물, 즉 가축과 야생동물의 비율은 약 7:1 정도라고 한다. 대형 동물의 90 퍼센트 이상이 가축인 셈이다. 이것은 인간이 농업혁명을 통해 일으킨 대단한 생태계의 변화이다. 원래 인간이 가축화에 성공한 야생동물은 포유류와 조류를 포함해 20여종 이하였다고 하는데 현재 대형동물의 약 90 퍼센트가 가축화되고 말았다. 이것은 인간이 농업혁명을 통해 가져온 엄청난 생태계의 변화이다.

그런데 이처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축이라는 동물이 도축되기 전에 살아가는 삶의 방식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원래 가축의 생존과 번식은 인간의 필요를 전제로 한 것이다. 고기를 필요로 한 인간은 가축의 존재와 번식을 확보해야만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인간은 가축들이 그들의 조상인 야생동물에게서 물려받은 동물성을 일체 무시하고 단지 고기만을 얻기 위해 그들을 번식시켰다.

인간은 동물을 좁은 콘크리트나 금속 우리에 가두고, 뿔과 꼬리를 자르고 어미와 새끼를 떼어 놓았다. 걷기는커녕 몸을 돌리거나 눕기도 힘든 좁은 공간에서 오직 통통하게 살이 오르도록 사육하다가 곧 도축시킨다.

고기를 얻기 위해 인간은 가축의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한다. 충분한 먹이를 주고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접종을 하며 자연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주고 인공수정을 시킨다.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가축들은 주변을 탐색할 필요도 없고, 다른 가축들과 어울릴 필요도 없으며 새끼와 유대관계를 형성할 필요도 없으며 심지어 걸을 필요도 없다.

그러나 동물의 관점에서 보면 가축들은 이 모든 것에 대하여 매우 강한 욕망을 느끼고 그런 욕망을 채워지지 않을 경우, 엄청난 고통을 받는다. 일평생 좁은 우리에 갇혀 살다가 도축될 가축들은 극심한 좌절과 지독한 절망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 불행히도 우리 인간들은 동물들의 이와 같은 주관적 필요를 무시하면서 그들의 생존과 번식을 통해 인간의 필요만을 채워 왔다.

동물들의 생존과 번식에 대한 이런 방식은 우리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경고를 준다. 이것이 주는 가장 긴급한 경고는 우리의 먹거리에 대한 것이다.

즉 인간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사육되는 가축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생존하고 번식되어 마침내 도축되는 고기가 과연 먹거리로써 합당한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그렇게 고통스럽게 살다 도축된 가축들의 고기가 우리의 건강에 적신호를 주고 있다는 증거는 이미 차고 넘친다.

또 인간과 동물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 가축의 생존 방식이 우리에게 주는 끔찍한 경고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즉 이것은 미래에 전개될 초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예측하는 모델이 될 수 있다. 향후 과학기술에 의해 진화될 초인적 지능을 지닌 사이보그는 살과 피를 지닌 보통 인간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대단한 이야기꾼인 ‘유발 하라리’는 그의 책 ‘호모데우스’에서 현재 인간이 자기보다 지능이 떨어지는 가축들을 사육하는 방식은 미래에 사이보그가 자기보다 지능이 떨어지는 인간을 다루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끔찍한 예측이지만 공감되는 바가 많다. 영혼을 가진 인간도 하물며 동물을 그렇게 다루고 있는데 영혼이 없는 사이보그에게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동물들의 생존 방식은 그래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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