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클럽 삼덕, 최성규 ‘추위’展
아트클럽 삼덕, 최성규 ‘추위’展
  • 황인옥
  • 승인 2018.11.0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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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참여적 발언에 회의감
나만의 감각 탐구하고 싶어”
접착제 흔적 등 소소함 집중
작품 한층 밝고 부드러워져
최성규작네델란드봉투
최성규 작 ‘네델란드 봉투’

최성규
아트클럽 삼덕에 걸린 작가 최성규(사진)의 작품들이 말랑말랑하게 변해 있었다. 색은 밝아졌고, 시각적 구사도 확연하게 부드러워졌다. 그가 “나 스스로 낯설다”면서도 “정체성의 자리를 옮겼다”고 변화를 인정했다. 이는 전시 제목 ‘추위(推位·자리를 옮긴다)’와도 관계된다. “‘추위(推位)’는 내 머리와 어깨를 짓누르던 산을 다른 곳으로 옮겨 놓는다는 의미로 사용했다. 직역하면 정체성이 변했다는 의미다.”

최성규는 행동하는 양심가로 살아왔다. 세상의 모순에 순응하기보다 항거하는 편을 택했다. 미술의 범주 속에서 사회참여적 발언들을 서슴지 않았고, 대안그룹 쎈데이페이퍼 리더로 활동하며 다양한 실험들을 모색했다. 이 시기 작가의 발언이 강할수록 작품의 결도 강렬했다. 메시지는 분명했고, 시각적 언어 또한 예리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대안공간 ‘보물섬(경북 경산 서상동)’에 정착하면서 심경에 변화가 찾아왔다.

“그동안 세상이 정해 놓은 문맥을 내 작업의 문맥과 동일시해 왔다. 하지만 서상동에 들어오면서 피로감을 느꼈다. 타인이나 외부에 의해 만들어지는 나에 대해 거부감이 들었다. ‘이제는 내 자신의 문맥을 찾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8년이라는 한시성을 가지고 미술그룹 썬데이페이퍼 리더로 활동하며 다양한 미술적 실험들을 모색했지만 성과 이면에 부정적인 현상들도 경험하면서 피로감을 느꼈고, 대구미술 전반의 모순상황에도 염증을 느껴왔다.

변화가 단적으로 읽히는 작품들은 ‘네델란드 봉투’와 ‘알디’다. 작품 ‘네델란드 봉투’에는 네델란드의 작은 도시 잡화점에서 산 편지봉투 안쪽 면의 색과 마른 접착제의 흔적을 그렸고, ‘알디’와 ‘니들’에는 독일의 서민적 슈퍼마켓에서 산 상품의 광고지 한켠에서 오려낸 손톱만한 크기의 이미지를 그렸다.

“사회적모순을 외치는 것에 불현 듯 회의가 들었다.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이 찜찜해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강했던 메시지가 빠졌다.”

현재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왜 네델란드 봉투를 만지작거렸는지”, “그때의 기분은 무엇이었는지” 등의 작가 자신의 내면상태다. 폭력과 불평등, 권력 남용 등의 모순된 세상에 대한 발언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감각,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 존재에 대한 탐구가 더 중요해진 것.

내면으로 침잠하기 위해 작업 태도도 변화했다. 개인 작업실을 없애고 보물섬의 이곳저곳에 잠시 자리를 펴서 최소한의 도구로만 작업하고, 작업의 흐름도 늦췄다. “나의 ‘진심’과 가장 가까운 그림들을 그리고자 했다.”

그가 작품 ‘불시착3’을 설명했다. ‘불시착’은 일종의 터닝포인트다. 태어나면서 모순된 세상에 불시착했듯이 작가가 경산 서상동으로 활동공간을 옮기게 된 것도 일종의 그에게는 불시착이다. 미술그룹 썬데이페이터 활동과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대구미술과 다른 조용한 곳을 찾다 떨어진 곳이 서상동이었다. 하지만 이전의 ‘불시착1,2’와 신작 ‘불시착3’은 작업의 파동이 조금은 다르다. ‘희망’이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그림 그리는 행위는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나는 불시착 한 장소에서 계속해서 그림을 그릴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라면 따뜻함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나와 내 그림에서...” 전시는 11일까지. 010-4427-1017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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