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어머니
  • 승인 2018.11.1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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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후

말린복어 껍질처럼 오그라든 피부

동네 방앗간 멈춰버린 녹슨 기계 위

낡은 피대줄처럼 축 늘어지는 양 팔

어머니를 모시고 홍성의료원을 찾았다

엠알아이를 찍고 링거를 맞으시면서

할일 많다고

아버지 진지 차려드려야 한다고

판독 결과 나오기까지 굽은 등 펴지 못하고

간이 침대에 돌아누워 집에 가자고 채근하셨다

양팔을 무리하게 써서 뼈를 감싸는 근육이 끊어지고

염증이 심하여 수술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사 말에도 아직은 괜찮다 하셨다

간신히 설득하여 수술 날짜 예약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병원 앞 건널목 빨간 신호등이 켜졌다

마치 어머니의 몸에 켜진 건강 적신호처럼

◇박시후= 충남 출생으로 낙동강문학 신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한국시민문학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해설> 생명과 그 삶의 본질은 어려운 것일 리 없다고 한다. 사람의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 지점에 잠이 있는 것처럼, 생성과 소멸의 분계선에는 늘 그늘이 드리워져있다. 물질과 정신이 고갈되어 체념과 상실감이 팽배해도, 존재의 이유와 보람을 찾으려면 일상의 순간을 영원으로 남겨야 한다. 빨간 신호등이 켜진 병원 앞 건널목 조붓한 길녘에서, 긴긴 침묵의 시간을 앞두고 매달려 있는 추억의 형상에서 스며나오는 따스한 기억들은, 선한 경험이 되고 남은 시간 정서의 주춧돌이 된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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