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만에 다시 무대 올리는 김병호류 가야금산조 전바탕
34년 만에 다시 무대 올리는 김병호류 가야금산조 전바탕
  • 황인옥
  • 승인 2018.11.20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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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화 독주회 23일 콘서트하우스
기상 돋보이는 격렬한 남성 유파
김병호 제자 강문득에 사사 받아
“첫 독주회와 다른 깊이 있는 연주”
“창작공연을 할수록 전통 선율의 가치와 성음의 중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중견 가야금 연주자 정미화가 5년 만에 독주회를 연다. 통산 9번째 독주회인 이번 공연에는 전통가야금 산조를 들고 온다. 김병호류 가야금산조 전바탕을 연주한다.

김병호류 가야금산조는 격하고 심도 있게 농현하는 기법이 장점이며, 난도가 높고 기상이 독보이는 독특한 가야금 유파로 알려져 있다. 스케일이 크고 남성적인 산조로 유명하다. 특히 음폭이 넓은 농현 처리와 깊게 꺽어낸 여음으로 이분음을 처리하는 연주기법, 복합적인 시김새의 표현 등으로 연주자들에게 상당한 경지의 기량을 요구하는 산조로 평가되고 있다.

정미화가 김병호류 가야금산조를 택한 것은 이 산조를 정립한 김병호 선생의 제자였던 고 강문득 선생이 그녀의 스승이었던 인연이 있었다. 말하자면 직계 수제자의 무대가 되는 것.

정미화가 “중학교 때부터 강문득 선생님께 가야금을 배웠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선생님이 스승이셨다”고 했다. “김병호 선생님이 가야금유파를 창시하고, 제자였던 강문득 선생님이 이 곡을 더욱 발전시켰어요. 저는 강문득 선생님에게 이 산조를 배웠어요. 제게는 이 산조가 제 가야금 인생의 하나의 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야금 산조의 명인이었던 김병호 선생은 조선창극단 단원을 시작으로 임방울 극단, 임춘앵 극단 등에서 활동하다 국립국악원 연구원으로 발령 받아 제자들을 가르치고 연주생활을 이어오다 68년 58세를 일기로 작고했다. 강문득 선생의 모친이 임유앵이었던 인연으로 강 선생이 김병호 선생에게 사사해 직계전수자로 이름을 올렸고, 가야금 산조 명인의 대열에 합류했다.

정미화와 가야금과의 인연은 오래됐다. 7세때 가야금에 입문했다. 무용교사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무용을 먼저 시작했지만 춤 추면서 들었던 가야금 가락에 마음을 빼앗겨 대구 유일의 권번출신 가야금 명인이었던 최금란 선생에게 사사를 시작했다.

김병호류 가야금 산조 전바탕을 무대에서 처음 연주한 것은 대학을 갓 졸업하던 해인 84년 첫 독주회에서였다. 강문득 선생의 독려가 있었지만 그녀 역시도 멋모르고 덤빈 선택이었다. 시간을 돌고 돌아 30여년 만에 9회 독주회에 이 곡을 다시 연주하게 되니 그녀에게는 격세지감일 터.

“84년 공연 때 강문득 선생님이 무대에서 직접 장단을 쳐 주셨어요. 당시 공연은 호랑이처럼 무섭게 생각되던 스승이 한 무대에 계셔서 틀리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연주를 했던 것 같아요.”

이제는 그녀가 누군가의 스승이 되어 제자의 무대에 함께 오르는 위치가 됐다. 중견 연주자의 입장에서 김병호류 가야금산조 전바탕을 연주하는 각오가 궁금했다. 그녀가 “그동안 연주해온 농현 기법과 농익은 역주력을 선사하고 싶다”고 했다. “34년 전에는 연주 깊이보다 선율진행에 급급했다면 지금은 선율의 시김새 처리에 집중하려 해요. 귀한 선율의 시김새에 온 마음을 담아 깊이있는 연주를 들려주고 싶어요.”

정미화는 국악의 변신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음역대가 확대된 22현이나 25현 가야금 연주와 서양음악을 접목한 퓨전국악도 적극 수용했다. 그런 그녀가 “전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며 전통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전통이 밑바탕이 될 때 제대로 된 창작이 나온다. 전통이 바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퓨전음악을 할 경우 서양음악 흉내내기 밖에 안된다”고 했다.

연주자의 삶이 깊어질수록 전통국악의 필요성은 더욱 느낀다는 그녀. 이번 연주는 전통음악 속에 깃든 음악에 대한 사랑을 관객과 함께 하는 시간으로 꾸미고 싶다고 했다. “전통국악에 스며있는 조상들의 마음과 김병호강문득 선생의 마음, 그리고 저 정미화의 전통음악에 대한 마음을 오롯이 담아 연주하고 싶어요.”

송강수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단원이 장단을 치고, 제자들과의 합주도 곁들이는 이번 독주회는 23일 오후7시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열린다. 1~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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