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 생각할때가 가장 빨라"
2002년 3학년 복학...대학 입학 44년만에 박사학위
2002년 3학년 복학...대학 입학 44년만에 박사학위
“만학의 꿈을 지닌 분들이 있다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도전하는 용기를 내시라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오는 22일 영남대 학위수여식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김숙이(여·62)씨의 얘기다. 44년 전 꿈 많은 문학소녀였던 그가 이제 문학박사가 됐다.
영남대 국어국문학과 66학번으로 당시 학보사 기자로도 활동했던 그는 68년 같은 학보사 기자였던 현재의 남편을 만나 백년가약을 맺으면서 전업주부의 길을 택했다.
하지만 문학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그는 2002년 영남대 국어국문학과 3학년에 복학, 34년 동안 접어두었던 꿈의 날개를 다시 펼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월간 ‘한맥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김씨는 “자녀 셋을 모두 출가시키고 나니 밀려드는 공허함을 감당하기가 힘들어 다시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문인협회. 대구문인협회 회원, 한국시사랑문인협회 고문으로 활발한 시작(詩作)활동을 펼쳤으며, 2004년에는 ‘대구지하철참사 추모연주회’에서 ‘초혼’이라는 추모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 2004년 3월에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외손자와 함께 새내기가 됐다. 학부를 마치자마자 대학원 석사과정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한 것. 신세대 할머니를 자처하는 그의 석사전공분야는 10대나 20대 초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인 사이버문학.
자신의 홈페이지 관리는 물론 2개의 인터넷카페까지 운영할 만큼 인터넷실력도 상당한 그는 ‘한국 사이버리즘 문학연구-발생과 현황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발표하며 2006년 2월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후 2006년 3월에는 박사과정에까지 진학했다. 그리고 오는 2월 22일 박사과정에 입학한 지 정확히 만 4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게 됐다.
그의 박사학위논문은 ‘백석(白石) 시에 나타난 노장사상(老莊思想) 수용 연구’(지도교수 이동순).
김씨는 “8년 전에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했는데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면서는 집중력도 떨어지고 체력도 딸려 많이 힘들어 포기하고 싶기도 했죠”라며“하지만 6년 전 저와 함께 신입생이었던 외손자가 졸업생이 되는 마당에 저도 뭔가를 이루어야겠다는 다짐 때문에 이를 악물고 정말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공부에 끝이 있나요. 지금도 올 4월 발표할 예정으로 백석 시에 관한 논문을 쓰고 있는데, 앞으로도 관심이 가는 분야를 연구하고, 논문도 발표하고, 동료들과 토론도 하면서 지적으로 깨어있는 삶이길 바랄 뿐이지요”라고 했다.
남승현기자 namsh2c@idaegu.co.kr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