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한 상사가 정규직 임용 평가 위원으로…
고발한 상사가 정규직 임용 평가 위원으로…
  • 김지홍
  • 승인 2018.12.0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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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硏 ‘수습직원 채용’ 논란
부서장 ‘부당 업무 지시’ 상담
사측, 평가 앞두고 새 지침 마련
부서장 등이 평가표 작성하게 해
해당 부서장 “전문성 부족” 기술
기준점수 미달…임용계약 종료
대구경북연구원이 직원의 채용 평가를 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수습직원의 정규직 유무를 결정하는 평가에 직원이 고발한 상사가 평가위원으로 선정되면서다. 직원은 이달 말까지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상태다.

5일 연구원 등에 따르면 A직원은 지난해 11월 13일 연구원 연구직 공개 채용을 통해 입사했다. 그는 연구원과 두 차례(2017년 11월~12월·2018년 1월~12월) 연봉계약서를 체결했다. 그는 지난 7월 연구원 내 고민 상담을 도와주는 고충위원(기획경영실장)을 찾아가 직속 상사(부서장)의 부당한 업무 지시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했다. A직원은 상담에서 “상사가 업무 목적과 맞지 않는 공금을 사용한 것에 대해 허위 공문을 만들라고 했다. 추후 감사 등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한 바 있다.

A직원은 “고충 상담은 익명이 보장되지 않았고 오히려 다른 상사들로부터 ‘왜 문제를 제기하냐’며 질타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연구원이 수습직원에 대한 지침을 내놓으면서다.

연구원은 10월 15일 인사관리규정 14조(임용의 특례)에 따라 수습직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수습직원 관리 및 운영지침’을 내놨다. 수습직원 평가는 소속 부서장과 연구책임자 등 2명이 평가표를 작성하고 기획경영실장에게 제출한 뒤 원장에게 보고하도록 규정돼 있다. 평가 항목은 발전가능성·직무전문성·직무수행태도·근무태도·협동심 등 5개 항목에 각 최대 20점씩 100점으로 매겨진다. 연구원은 그동안 수습직원에 대해 구두 평가를 통해 정규직 임용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직원의 평가는 지침에 따라 3개월 전 고충 상담으로 고발한 상사(부서장)가 맡았다. A직원의 평가 결과는 77점으로, 정규직 임용(수습 해제) 기준인 81점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부서장은 A직원에 대한 평가표 ‘평가자의견(상세기술요망)’ 항목에 ‘○○부문 업무 수행에 대한 전문성을 더욱 확보해야 할 것으로 사료됨’이라고 한 문장만 썼다.

연구원은 이같은 평가 결과를 반영해 지난달 30일 A직원에게 “수습평가에 대한 개선 기회를 주겠다”며 수습기간 6개월 연장 계약서에 서명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A직원이 이를 거부하자 연장 계약을 제안한 당일 곧바로 “수습임용계약을 종료하겠다”고 통보했다.

A직원은 “수습직원 지침 자체가 내부 게시판 등에 공개되지 않았고 수습 연장을 생각해보겠다고 했는데, 당일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바로 일방적으로 임용계약을 종료했다”고 말했다. A직원은 이 사건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 법적 대응할 계획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연구원을 관리하는 부서장이 수습직원을 평가하는 게 당연하다. 일면식도 없는 제3자가 직원을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A씨에게 수습 연장을 제시했으나 자신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는 대구시에 감사를 요구했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정규직인 연구원을 상사 비리를 제보했다는 이유로 수습계약 직원으로 만들고 계약 해지에 해당하는 수행평가 점수를 준 것은 불합리한 관계를 거부하는 직원을 길들이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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