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별, 달, 태양 중 무엇이 좋으냐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좋다, 공기가 없는 우주처럼
너는 호수, 강, 바다 중 무엇이 좋으냐
나는 미미한 것이 좋다, 한모금의 물처럼
너는 들꽃, 화초, 소나무 중 무엇이 좋으냐
나는 씨앗이 좋다, 언제든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나는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중요한 것은 늘 음지에 있고
언제든 간절할 때 그 모습이 드러난다
그대의 태양보다 강렬하게
땅 속 깊은 어두움이라도 좋다
공허해도 누구든 안을 수 있다면 좋다
마른 목을 축일 수 있다면
지금이 아니라도
당장이 아니라도
오늘도 어둠이 밝다
◇이승현= 1979년 부산 출생. 시인부락 인터넷 동호회 회원 낙동강문학 신인문학상, 시민문학 편집위원 활동 중. 현재 경남 통영시청 근무 중.
<해설> 내 인생의 걸림돌은 언제나 나 자신이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는 아무것도 하지말자. 문을 안에서 걸어잠근 표현하지 않은 마음은 무효이다. 빛나는 순간은 찰나이고, 추락은 길고, 살면서 누구나 한번은 극적인 순간을 경험한다.
사람의 마음은 늘 휘청거리니 중심을 단단히 붙잡아야 한다. 핑계거리가 모두 소진되면 그 결말은 에누리 없이 나타난다.
세상일이 돌과 쇠처럼 다 같이 여물어도 비중 따라 걸러지고 받쳐 지는 것이 다르다.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소리 내어 기도하지 않기 때문. 어둠이 밝은 날, 그 정신적인 고요함 속에서 답을 찾는다.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 가장 필요한 것이었음을….
-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