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도 못 벌고 폭언·욕설에 자괴감”… 대리운전 기사들 ‘열악한 노동환경’ 고통 호소
“최저임금도 못 벌고 폭언·욕설에 자괴감”… 대리운전 기사들 ‘열악한 노동환경’ 고통 호소
  • 장성환
  • 승인 2018.12.2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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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일해도 고작 몇 푼
술 취해 함부로 하는 손님도
노동법 보호 못 받는 직업군
생존권 보호 방안 마련 촉구
“업체의 콜 수수료, 목적지까지 이동시켜주는 합차 이용료, 보험료까지 내고 나면 최저임금보다 적게 벌어요. 게다가 가끔 술 취한 승객들의 폭언·욕설·막말까지 듣다 보면 자괴감을 느낄 때가 많죠.”

연말을 맞아 술자리가 잦아진 시민들이 대리운전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고 있지만 대리운전 기사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3년째 대리운전 일을 하고 있다는 김 모(35)씨는 매일 밤 대구 중구 동성로 등 유흥가 일대를 서성인다. 취객이 많은 곳일수록 대리운전 서비스 이용자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콜이 들어오면 부리나케 이동한다. 이렇게 새벽 3~4시까지 일하고 나면 요즘 같은 대목에는 10~15만 원 이상을 벌기도 하지만 일이 없는 날은 이것저것 다 떼고 나면 4~5만 원 정도 남을 때도 있다. 목적지에 몇 분 늦게 도착하거나 고객이 업체에 불만을 접수해 페널티를 받으면 한동안 콜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

김씨는 “고객들의 반말 섞인 핀잔은 기본이고 일부 술에 많이 취한 사람들은 대리운전 기사를 노예나 하인처럼 취급하기도 한다”며 “감정노동에 몸까지 고생하는 데 정작 버는 돈은 너무 적으니 회의감이 들 때가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전국에 있는 대리운전 기사들의 규모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적어도 10만 명에서 많으면 20만 명까지 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이들은 불규칙한 근무시간, 고객의 돌발행동, 대리운전 업체의 고액 수수료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지만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을 벌고 있다. 게다가 법적으로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신분이라 사업자로 분류돼 노동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

과거 대리운전 일을 한 경험이 있다는 정호원(32·대구 달서구 성당동)씨는 “우리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경제 상황이야 어려운 게 뻔한데 일부 업체는 관리비 명목으로 보험료보다 더 많은 돈을 가져가기도 한다”며 “나라에서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장성환기자 s.h.jang@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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