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연탄 등 지원받아도
한 달 보내기도 모자라
“남은 겨울 어떻게” 막막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12월, 쪽방촌 주민들이 한파에 시달리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25일 오전 대구 서구 비산7동 한 쪽방촌 골목 어귀에 들어서자 차디찬 기운이 엄습했다. 골목 구석에서는 얼마전 내린 눈이 녹지 않은 채 얼어붙어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비산동 한 쪽방에서 5년째 거주 중인 이모(58)씨는 연탄보일러 하나에 의지해 겨울을 나고 있다. 그의 방 문 앞에는 다 타버린 연탄들이 놓여있었다. 이씨는 전기 장판이 있어도 전기료가 두려워 켤 엄두도 못내고 있다. 쪽방지원센터에서 연탄 80개를 지원해주지만 한 달이면 거의 다 떨어져 예전보다 길어진 겨울을 나기엔 역부족이다.
이씨는 건설현장 일용직 일로 생활비를 마련한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한 번도 일을 하지 못해 걱정이 태산이다.
이씨는 “경기가 나쁜 탓에 일자리는 줄고 일을 찾는 사람은 많아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며 “연탄, 쌀 등이 지원되지만 겨울은 커녕 한 달을 보내기에도 모자란다. 아직 12월도 다 가지 않았는데 내년 초는 어떻게 나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쪽방촌 주민들의 상황도 비슷했다. 김모(65)씨는 대구 동구 신암4동 한 쪽방에서 동생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3.3㎡ 남짓한 작은 공간에 침대를 두고 그 위에서 두 명이 함께 사는 것이다. 이씨의 방에는 난방시설이 설치돼있지 않아 이씨 형제는 침대 매트리스 크기보다도 작은 전기장판에만 의존해 겨울을 나고 있다. 이씨는 사고로 다리를 다쳐 양쪽 다리 모두에 철심이 박혀 있다. 이 탓에 공공근로를 포함한 노동활동이 불가능해 구청에서 지원받는 40만 원이 생활비의 전부다.
이씨는 “지원금을 받아도 월세 25만 원을 내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은 거의 없다”며 “전기비가 걱정되지만 그렇다고 장판을 끌 수도 없는 노릇이니 참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석지윤기자 aid1021@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