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맨, DC의 새 히어로 무비…근데 왜 익숙할까
아쿠아맨, DC의 새 히어로 무비…근데 왜 익숙할까
  • 김광재
  • 승인 2018.12.2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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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소재·서사 구조
상업적 장르영화에 충실
화려한 비주얼과 액션
전형적 킬링타임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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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타임’이라는 말은 맥락에 따라 칭찬일 수도 있고 비난일 수도 있다. 새롭고 심오한 내용을 기대한 관객이 영화를 보고 나서 ‘킬링타임용’이라고 했다면 실망스럽다는 뜻이지만, 무료한 시간을 극장에서 때우고 나온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면 조금은 감사의 뉘앙스가 담긴 말일 것이다.

최근 개봉한 디씨(DC) 필름스의 ‘아쿠아맨’을 두고 인터넷 게시판에는 칭찬과 비난이 난무한다. 디씨 팬이나 마블 팬, 혹은 슈퍼히어로 팬들은 각자의 입장과 취향에 따라 반응을 보인다. 이런 장르가 특히 싫거나 좋지는 않은 보통 관객이라면 기대 수준에 따라 실망과 만족으로 나뉘게 된다.

아틀란티스의 여왕 아틀라나(니콜 키드먼)는 정략결혼을 피해 육지로 도망쳤다가 등대지기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둘 사이에서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이 태어난다. 하지만 남편과 아들의 안전을 위해 아틀라나는 스스로 아틀란티스로 되돌아간다. 이후 아쿠아맨의 동복동생인 옴 왕(패트릭 윌슨)이 해저 국가들의 세력을 규합해 지상 세계와 전쟁을 벌이려고 한다. 옴왕의 약혼녀인 메라(엠버 허드 분)와 신하인 벌코(윌렘 데포)는 아쿠아맨을 돕는다. 아버지의 삼지창을 얻은 아쿠아맨은 옴왕을 꺾고 땅의 아들이자 바다의 왕, 심해의 수호자로 우뚝 선다.

영화에 대한 비판은 대체로 스토리가 빈약하고 유치하다는 데에 집중돼 있다. 영화는 여러 종류의 과자가 들어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인상을 준다. 우선 아쿠아맨의 이름이 ‘아서’인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아서왕 전설의 이야기를 차용했다. 엑스칼리버 대신 삼지창이라는 것이 다를 뿐, 정당한 후계자만이 무기를 뽑을 수 있다는 설정까지 똑같다. 삼지창을 찾으러 가는 과정은 성배를 찾아가는 인디아나 존스와 겹쳐지고, 벌코가 아쿠아맨을 가르치는 장면은 중국무협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벌코의 머리모양이나 창을 쓰는 동작도 중국풍이다. 또한 형제가 왕위를 놓고 다투는 모티프나 혈통에 대한 편견 등도 익숙한 소재들이다.

그렇지만 코믹스를 바탕으로 한 영웅 이야기에서 특별히 새로운 것들을 기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대부분의 슈퍼히어로 영화들은 대중들에게 익숙한 서사와 이미지들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제작자들은 대중들이 원하는, 불편하지 않고 낯설지 않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시장에 내놓을 따름이다. 그것이 상업적 장르영화의 법칙이다. 물론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와 같은 드문 예외들이 가끔 탄생하기에 사람들은 기대를 완전히 접지 못한다.

‘아쿠아맨’에 대한 호평은 대체로 화려하고 다채로운 볼거리와 스피디한 액션들을 상찬한다. 그 부분도 보기에 따라서는 ‘스타워즈’나 ‘아바타’ 같은 영화들에서 본 듯한 것을 해양스타일로 각색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악평을 하는 사람들도 비주얼에는 점수를 더 주는 것 같다. 제임스 완 감독은 낯설지 않은 여러 재료들을 적절하게 배합해서 그럴듯한 영웅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는 ‘쏘우’, ‘컨저링’에서 보여준 자신의 장기를 바다 괴물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짧지만 유감없이 발휘한다.

요컨대 무엇을 기대하고 ‘아쿠아맨’을 보러 가느냐에 따라 상영관을 나오는 관객들의 표정을 짐작할 수 있다. ‘종합선물세트’를 받고 기뻐 들떴던 어린 날의 기분을 떠올리며 극장에 들어간다면, ‘킬링타임’용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광재기자 contek@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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