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찻잔
  • 승인 2018.12.3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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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네, 지금

고향집 토담에 기대던 햇살

반짝이는 머릿단 너머 그 고요를

아, 능금꽃 물오르는 우리

손가락 끄트머리

안쓰러운 기다림의

들녘 복판에,

전류처럼 누가

찻잔을 두고 갔네

암사슴의 눈빛이 고인

아주 죄고만 휴식의 하늘을,

그리운 토담 따갑던 햇살을,

능금꽃 피는 우리 사이에.

◇이향아=1938년 충남 서천 출생으로 1963년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년도에 전주기술전문여자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1966년에 현대문학에 찻길, 가을은, 설경으로 등단을 하면서 시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기전여고 재직 당시부터 최명희를 가르쳤으며, 추후 작가로 키우고 돌봐주었다.

<해설> 인간의 관념에 아랑곳하는 생명체는 없다. 무수한 태양계가 존재하는 우주의 본질은 가난을 모르는 풍요이지만, 사람들은 텅 비어 아무것도 없다고 느끼면 더 이상 살아가지 못한다. 탐욕은 깊은 공허감 때문에 무엇이라도 채워 넣으려는 의식 상태이다. 세상의 질서는 의도한 바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삶의 자연스런 과정으로 지탱된다. 자연이 인간에게 부여한 가장 큰 축복인 감수성 또는 의식, 관능을 비판하거나 도발하지 말자. 자칫하면 그 에너지가 타락, 질투, 분노, 증오로 흘러가 삶이 아무런 단맛도 없는 메마르고 차디찬 모래바닥이 될 수 있다. 전쟁과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짓궂게 판도라의 상자 가장 깊숙한 곳에 ‘희망’을 숨겨놓아도, 인간은 무언가 다른 존재가 되어야 할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가 정답이다. 우리가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은 아무런 긴장, 망설임도 없이 자연이 베풀어준 자신과 환경을 그대로 긍정하고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스스로를 깊이 받아들이는 자세이다. 우주의 흐름과 하나가 되어 흐를 때 인간의 삶은 가득 찬다. -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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