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망
새해 소망
  • 승인 2019.01.0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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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거울 속에 비친 두 얼굴이 있다. 부드럽고 잔잔한 미소가 흐르는 편안한 얼굴과 어둡고 지친 표정의 그늘진 얼굴. 그러나 그들은 둘이 아닌 한 사람, 바로 나의 모습이다.

간혹 지하철을 타고가다 차창에 비친 나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다. 얼른 표정을 바꾸어본다. 하지만 잠시 후 다시 그 모습으로 돌아온다. 얼굴은 그 사람의 내면을 겉으로 나타내는 증명서와 같다. 살아온 배경이나 주변 환경, 성격이나 취미, 건강과 심리상태까지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얼굴에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수많은 정보가 담겨있다.

사람의 표정은 전염성이 강해 미소가 아름다운 밝은 얼굴은 보는 사람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러나 지치고 우울한 표정의 얼굴 앞에서는 보는 사람도 공연히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무엇이 그리도 서럽고 외로우며, 누가 저토록 허탈하고 울화가 치밀게 했는지, 그림을 그려보지 않을 수 없다.

새해가 시작됐다. 새 달력과 새 수첩 그리고 새로운 기운이 샘솟는 시기다. 자신은 물론 주변의 모든 이들이 서로에게 한 해의 안녕과 소원을 빌어주는, 가장 마음이 흐뭇하고 풍요로워지는 때다. 그동안 이루지 못했던 일을 새로이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슬픔이나 상처를 기쁨과 치유로 바꿔나갈 수 있도록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주는 때이기도 하다.

새해 소망은 무엇으로 정할까. 실천이 가능한 것부터 순서를 매겨야겠다. 그래, ‘밝은 표정’ 짓기와 ‘긍정적인 사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로 하자. 어쩌면 계량화가 가능한 일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합리화의 계략이 숨어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새해 소망이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과의 약속이다. 비록 지켜지지 못할지언정 다짐과 시도를 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와 의미가 될 수 있으리라.

사람을 만나, 첫인상을 판단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몇 초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표정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음속에 품은 감정이나 정서 따위의 심리 상태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표정이다. 그러나 표정은 노력이나 습관에 따라 어느 정도 바꿀 수 있다. 밝은 표정은 행복과 자신감과 신뢰와 타협 등 긍정의 메시지를 뿜어내고, 어두운 표정은 불행과 원망과 좌절과 실패 등 부정적 이미지로 나타날 수 있다.

사진도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사진 또한 한 순간 연출이나 연기로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 오래도록 남는 것이 사진이며, 다른 사람이 보관할 수 있는 것도 사진이다. 사진을 찍을 때만큼은 얼굴을 활짝 펴고 웃어보기로 하자. 그리고 사진에 담긴 밝은 모습을 모델로 삼아 연습을 하다보면, 표정이라는 근육도 부드러워지게 될 것이다.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이나 사물의 부정적인 면을 통해 얻는 깨달음이나 가르침을 얻게 되는 것’이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는 말도 그런 뜻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남의 허물이나 언행을 교훈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의 얼굴이나 행동을 통해 나의 표정을 관리하는 거울로 삼는다면, 더욱 효과적일 수 있겠다 싶다.

부정과 긍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나폴레옹과 헬렌 켈러를 자주 거론하고는 한다. 프랑스의 군인이자 정치가였으며, 최초의 대통령이기도 했던 나폴레옹은 ‘내 인생에서 행복했던 기억은 단 6일 정도뿐이었다.’고 말했다 한다. 그에 반해 생후 18개월부터 시각과 청각을 잃어 말을 하는 것조차 힘들었던 헬렌 켈러는 ‘내 인생의 대부분이 행복이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생각하기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것은 두 말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웃을 준비를 하고 있으면, 웃을 일이 더 빨리 온다’는 글귀를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다. 참 좋은 말인 것 같아 마음에 새겨두려고 한다. 그리고 예쁜 글씨로 적어 군데군데 붙여두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새해에는 무엇보다 자주 거울을 들여다보아야겠다. 그리고 웃을 준비를 해야겠다. 그리하여 밝은 표정 짓기에 관심을 갖고 긍정적인 사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다른 소망은 덤으로 따라올 것 같은 기분 좋은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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