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달항아리에 담은 꿈과 소망
반짝이는 달항아리에 담은 꿈과 소망
  • 황인옥
  • 승인 2019.01.08 2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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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이정애 초대전
내달까지 주노아트갤러리
오방색·곡선 엮음 패턴 입힌
보석같이 화려한 작품부터
색 걷어낸 담백한 백자까지
작품여정 총망라 20점 선봬
달항아리
이정애 作 길위에 서서(꿈).




달항아리가 오방색을 입은 것도 모자라 빨강, 파랑, 노랑 등 오색찬란한 여백이 에워쌌다. 작가 이정애가 그린 달항아리인데, 익숙하게 봐왔던 달항아리와는 결이 다르다. 조선 백자 달항아리가 세상사 포용 못할 것 없다는 달관자의 부드러운 미소라면 이정애의 달항아리는 싱그러운 청춘의 파안대소다. 청춘의 뜨거운 기운이 이정애의 달항아리에 넘실댄다. “선을 좋아해서 도자기를 그렸고, 도자기 표면에 곡선 형태의 엮음 패턴도 넣었어요. 표면에 패턴을 넣으면서 색도 화려해졌죠.” 작가 이정애의 설명이다.

서양화가 이정애 초대전이 아트도서관 내 주노아트갤러리에서 열린다. 10여년 동안 작업해온 달항아리 변천사를 확인할 수 있도록 구작과 신작 등 20여점을 걸었다.

도자기를 그린 것은 10년 정도 됐다. 어릴 때부터 도자기가 좋아 흙을 만지작 거리다 40대 중반에 직접 도자기를 빚고 가마에 구웠다. 그렇게 그림과 도자기를 병행하다 어느 순간 힘에 부치는 순간이 왔다. 고민끝에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했다. 도자기를 빚지 말고 그리자는 것. 그림과 도자기,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귀한 인연들이어서 도자기를 그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작가가 달항아리로 전하려는 메시지는 ‘꿈’과 ‘소망’이다. 달항아리를 ‘기도를 담는 그릇’으로 은유해 수많은 기도를 올리며 ‘꿈’과 ‘소망’이 이뤄지기를 염원한다. 달항아리와 함께 등장하는 꽃과 물고기 등의 상징들도 ‘꿈’과 ‘소망’을 강화하는 요소다. “하나의 색과 하나의 패턴은 한 번의 기도죠. 수많은 색과 패턴이 중첩되면서 끝없는 기도가 이어졌죠. 저와 가족, 나아가 주변과 세상 사람들의 꿈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기도죠.”

10여년 동안 작가의 달항아리도 변천사를 겪었다. 초기에는 달항아리에 비단 같은 오방색과 찬란하게 빛나는 보석같은 반짝임을 입혔다. 그야말로 절정의 화려함이었다. 그러다 색을 빼기도 했다. 색을 걷어내고 조선 백자 달항아리의 담백함을 들여놓았다. 그렇더라도 반짝이는 화려함을 고수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꿈’은 변하지 않으니까요.(웃음)”

최근에 또 한번의 변화를 시도했다. 색과 형태에서 힘을 더 뺀 것. 소박하고 담백함을 추구했던 조선 도공의 ‘공(空)’의 미감을 그녀의 도자기 속으로 끌어들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달항아리에 저의 욕망이 투영되는 것 같았어요. 초심을 잃은 것 같았죠. 반성하면서 마음을 많이 비웠어요.”

도자기를 그리는 작가는 더러 있다. 그러나 이정애만큼 파격은 드물다. 작가는 글리터 젤로 달항아리를 반짝이게 하고, 오방색과 패턴으로 특유의 달항아리를 탄생시켰다. 그 배경에 “남과 다른 작품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 “화가는 자기만의 독특한 무엇을 찾아야 해요. 저는 그 독특함을 색과 물감에서 찾았죠. 처음에는 ‘너무 화려하지 않느냐’며 타박도 들었지만 지금은 많은 사랑을 받게 됐죠.”

시간이 흐르면서 작품도 무르익었지만 대중성도 꽤나 확보했다. 관람객들은 작가의 달항아리에서 주술적인 의미들을 찾아갔다. 오방색, 가득찬 보름달의 넉넉함, 반짝임 등에서 부적의 요소를 발견한 것. 이는 의도치 않은 결과였다. “사업하거나 염원하는 일이 있는 분들이 저의 달항아리를 집에 걸고 나서 좋은 일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들을 하세요. 제가 달항아리에 담았던 기도가 관람객들에게 오롯이 전달되는 것 같아요.” 전시는 내달 28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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