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처럼
이슬처럼
  • 승인 2019.01.2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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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름에
실바람 스치면

은하수 허리춤 부여잡고
사르르 흐르는
물안개
애틋한 눈물 한 줄기

파르르 풀잎 품에
동글동글 앵돌아
또그르르 이슬로 구르니

살그머니 밀려온
달무리 가슴에
보고픈 얼굴
함초롬히 끌어안고

햇살
하나, 둘 기지개 켤 때

뉘 볼세라
흐르는 눈물 씻으며
벌새 주둥이 따라
하늘로 올라갔다


또다시 흐느껴 울지라도
초승달 노 젖는 오늘 밤

찾아가리라
그대 실개천 여울 따라
허기진 빈 가슴 가득 채울
풋풋한 사랑 맞으려…

◇김대성= 1948년 대구에서 태어나 계성고를 졸업하고 낙동강문학 창간호 동인으로 시작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한국시민문학협회 감사 및 고문이며 수필사랑 회원이다. 시집으로 ‘루소의 풀밭’ 등이 있다.

<해설> 달구름이 고단한 일상과 바람을 뒤로 하고, 햇살이 거대한 힘으로 오직 나만을 끌어당긴다. 은하수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나를 이끌어 주니 가슴 뭉클해져오는 환희로 애틋한 눈물 한 줄기 흐른다. 그곳엔 애초 부족한 것이나 채워야 할 것이 없는 듯하다. 보고픈 얼굴이 떠오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밤마다 새벽마다 또그르르 이슬이 굴러 파르르 풀잎 품에서 동글동글 앵돌다가 벌새 주둥이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는 의미이기도 할는지. 그것은 한 대상이 다른 대상에게 다가서는 가장 편안한 속도와 느낌이라고 해도 좋을 성싶다. 우리는 이렇게 밤이슬과 함께 세월을 삭이며 산다. 사람은 사람보다 자연과 먼저 소통하는 법을 배웠는지도 모른다. 허기진 빈 가슴의 관계, 그것은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과정이며, 거기에는 낮음과 높음, 좋음과 싫음, 옳음과 그름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기의 실개천 여울을 떠나 점점 자신만의 아름다운 세계를 잃어간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한 채, 초승달 노 젖는 밤 달무리 가슴 그리워 먼 길을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세상은 좁은 곳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건 순전히 선택의 문제이다. 우리는 내 안에서 전하는 그 소리에 다시 귀 기울여야 한다. 인간의 자유란 무엇으로부터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본연의 속성으로서 스스로에게 사랑을 부여함으로써 유지된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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