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치인들 서문시장 찾지만…
[기자수첩] 정치인들 서문시장 찾지만…
  • 승인 2019.01.2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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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 정경부 
지난 25일, 자유한국당 차기 당권을 노리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홍준표 전 대표, 김진태 의원이 나란히 대구·경북(TK) 민심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서문시장을 찾았다.

이 세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문시장을 찾은 이유는 내달 27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민심을 청취하는 행보지만 속내는 전당대회 투표권을 가진 책임당원(매달 당비를 내는 당원)의 수가 30%에 육박하는 TK민심에 기대는 눈치다.

한국당 책임당원 수가 전국적으로 32만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대구는 3만명~3만5천명, 경북은 6만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구에 위치한 서문시장은 우리나라 3대 시장으로 꼽혀온 곳이다. 6만4천900㎡에 4천여 개의 점포가 있고 상인은 2만여 명에 달한다.

대구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으로 유력 정치인들에게는 자기의 존재를 알리고 확인할 수 있으며 TK 여론을 살필 수 있는 곳이다.

지금은 많이 허물어졌지만 철옹성 같은 TK 보수의 상징과도 같은 곳으로 인식됐다.

특히 대구가 고향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서문시장과 인연이 깊다. 박 전 대통령은 각종 선거나 정치적 위기를 맞을 때마다 이곳을 자주 찾았다.

한나라당(지금의 한국당) 대표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역풍으로 위기를 맞았을 때도 찾았고 2016년 12월 1일 본인이 탄핵위기에 직면했을 때도 이곳을 찾아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태어난 곳(중구 삼덕동)과는 서쪽으로 1㎞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도 대선을 앞두고 서문시장을 찾았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마찬가지다.

작년 9월에는 김병준 비대위원장도 이곳을 찾았다.

그러나 서문시장이 TK민심을 정확하게 보여주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대구에는 크고 작은 100여개의 전통시장이 있는데다가 지난 탄핵 이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서문시장의 분위기와 사뭇 다른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또 전통시장이 많은데 유독 서문시장만 방문하는 것에 대해 ‘뻔한 코스’로 치부되기도 한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서문시장 상인들 중 상당한 재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서민을 상징하는 곳으로 보기 힘들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유력 정치인들이 평소에는 전통시장을 잘 찾지 않다가 특별한 시기나 자기의 정치적 이익에 부합될 때만 찾는다는 것이다.

25일 서문시장을 방문한 당권주자 세 사람이 평소에도 시장을 찾아 민심을 듣고 했는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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