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알잖아요
인연은 당신 손길
아주는 아니고요, 조금만 섭섭하게
풀었다 감아주시면 우린 늘상 마주 보죠
강이사 바람 잦아 팽팽한 연이련만
더러는 안개 짙어 물길 알 수 없잖아요
튕겨도 잠시 풀었다, 이내 감아주세요
◇서태수=《시조문학》천료, 《문학도시》 수필, <한국교육신문> 수필 당선, 수필집 『조선낫에 벼린 수필』 외, 낙동강 연작시조집 『강이 쓰는 시』 외, 평론집『작가 속마음 엿보기』, 낙동강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부산수필문학상 외.
<해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의 표정들이 어색하다. 모임에서 마주치는 얼굴이 불편하다. 안면은 있는데 알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고, 이런 저런 갈등으로 인연을 끊은 지 오랜 사람도 있다. 같은 강물로 엮여 흐르는데도 마음을 섞지 못한다. 이유를 따지자면 끝이 없다. 누구 탓이든 현실은 한 공간에서 숨 쉬는 이 공기에 좀 싸-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을까.
어차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다. 너무 멀리 외면하지 말자. 연을 띄울 때도 계속해서 튕기기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감고 푸는 맛이 있어야 재미있다. 세상살이의 인연 매듭은 바로 나의 몫이다. 나의 연줄을 내 얼레로 감아들일 때 우리는 서로 마주 보며 따뜻한 눈빛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