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의 돈 행정
지방자치단체장의 돈 행정
  • 승인 2019.02.1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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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복지라는 말이 흔해 빠졌다. 계층, 연령에 관계없이 국가를 향한 복지요구는 아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풍조까지 생겼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정치인들 때문이다.

아무리 경제대국이라고 해도 빈부는 있기 마련이다. 정치의 본질이 국민들을 잘 살게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 속에는 집권자의 욕심이 있다. 자유민주주의나 사회주의 체제가 다 그렇다. 분명한 것은 아무리 위대한 정치가라도 사람을 평등하게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유독 사회주의가 인간평등을 강조하지만 성공한 적이 없다. 사람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국가의 이념·정책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행태에 달려 있다. 스스로 땀 흘리고 얻음으로써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진리다. 물질적 평등 위에서 체제유지를 해 온 사회주의국가가 시장경제정책을 가미하자 국민생활이 나아진 경우를 많이 본다.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나라가 그 예다. 요즘처럼 복지의 관념변화가 심했던 때가 있었던가. 복지사상은 어렵고 힘들 때 서로 돕고 살자는 데서 비롯되었다. 자유민주주의의 복지는 사회주의의 그것과 달리 자본주의 사회발전에서 나온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복지의 판도가 급변했다. 선별적 복지나 보편적 복지의 구별이 애매해 진 것이다. 국민 모두의 복지를 고려하는 보편적 복지에 정책의 가중치를 두고 있지만 성공적이라 볼 수는 없다. 그들 나름의 정치적 이념에 접근하지 못하고 인간복지의 근간에 흠이 생기는 경우도 많이 본다. 평생 살아 온 집 한 채만 가지고 연금 받고 사는 노년층이 세금의 압박을 받는다거나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복지는 선별성과 보편성의 조화 점에서 찾아야 한다.

정권의 실체를 닮아가듯 전국동시지방선거 후 광역·기초단체장의 복지행정이념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방재정의 어려움은 그대로인데 보편적 복지를 닮으려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 지방자치단체의 복지행정은 선별적복지에서 출발해야 함에도 단체장은 자기정치 실현에만 목매고 있다. 지방자치·지방분권은 지방재정자립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방재정자립도는 지방이 자립할 수 있는가의 척도다.

요즘 단체장들은 지방재정자주라는 개념을 선호한다. 재정자주도는 재정자립도와 완전 별개가 아니다. 희한한 것은 자주재원을 확보함이 없이 중앙의 재정지원을 받아가면서도 복지 포퓰리즘을 위해 재정자주도를 쉽게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가당착이다. 복지의 이름으로 광역·기초자치단체가 돈 퍼주기 행정을 경쟁하듯 하고 있다.

자치단체장의 선심행정 효시는 아마도 이재명 전 성남시장 때일 것이다. 그는 2016년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3년 이상 관내에 거주한 만 24세 주민에게 연간 100만원어치의 지역상품권을 뿌렸다. 그의 정치적 성공 탓인지 광역·기초 단체장들이 갖가지 돈 퍼주기 아이디어를 양산하고 있다. 성남사랑상품권, 농민수당, 청년월세지원, 해녀수당, 청년사회진입활동지원금, 청년희망적금, 드림체크카드, 청년수당, 청년취업희망카드, 청년배당, 생애최초국민연금지원제도, 취업자주거지원금지원, 청년기능수당, 경로당지키미수당, 육아기본수당 등 이름 짓기도 힘들었겠다.

대권 욕심이 있는 서울시장은 평화와 통일을 선도한다면서 올해 250억원 규모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조성하면서 느닷없이 평양플랜을 내 놓았다. 너나 할 것 없이 자치단체장들이 안 하면 무능하다는 소릴 들을까봐 세금잔치 생색내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제 국가복지 포퓰리즘을 걱정하기에 앞서 지방자치단체의 세금 퍼주기 선심행정을 눈 여겨 봐야 할 것 같다. 무슨 돈으로 복지잔치비용을 감당하려하나. 모두가 자기 정치욕심에 빠져 내 돈 아니니 일단 뿌려놓고 보자는 심사다. 공약을 앞세우는 것을 보면 계속 해 먹겠다는 것이 아니겠나.

지역민들도 그렇다. 사탕발림에 영혼을 팔아서는 안 된다. 아니면 노라고 해야 한다. 퍼주기식 복지는 지방재정 악화를 가져옴은 물론 지역민들을 나태하게 만들고 의존심을 키워 줄 뿐이다. 지방의회는 뭣 하고 있나. 단체장이 지방재정을 거들 내는 데 수수방관해서야 되겠는가. 잘못하면 월급쟁이 준 공무원의 대접을 받다보니 ‘누이 좋고 매부 좋다’가 되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지방의 복지병폐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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