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의 암컷과 수컷(蟹雌雄)
게의 암컷과 수컷(蟹雌雄)
  • 승인 2019.02.1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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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 교장
요즘 대게 철을 맞이하여 많은 행사들이 영덕과 울진에서 이루어질 모양이다. 필자는 1970년대 초에 영덕에서 교편을 잡았었다. 당연히 대게라 하니까 커다란 게를 말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영덕에서는 대게를 ‘죽해(竹蟹)’라 했다. 풀이하면 ‘대나무 게’라는 뜻이다. 다리의 모양이 대나무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 ‘대게’이다. 대륙붕 200m의 바위바닥을 기어 다니는 게가 진짜 ‘박달대게’라고 했다. 자라는 장소와 환경이 중요함을 알았다.

게에 대해 숙맥이나 다름없는 필자에게 바닷가 사람들이 게의 암컷과 수컷을 구별하라고 하였다. 게를 들고 이리 살피고 저리 살펴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부끄러울 일은 아니지만 알고 나니까 참 쉬웠었다. 누구든 뱃속에서 배워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란 걸 알았다. 매사에 만능일수는 없는 것이다.

이익이 쓴 성호사설에 ‘해자웅(蟹雌雄)’이 나온다. ‘게의 암컷과 수컷’이라는 뜻이다.

바다가 있는 고을에 원님으로 부임한 사람이 서울의 친구들에게 게를 선물했다. 친구들은 모여 앉아서 어떤 것이 암컷인지 수컷인지를 구별하느라고 의견이 분분하였다. 그래서 모두들 크기가 큰 것이 수놈인 것으로 지례 짐작하고 “선물한 게는 수컷이 많고 암컷은 얼마 되지 않네.”하였다. 모두 한바탕 크게 웃었다. 확실히 알고 대답한 사람은 없었다.

마침 성균관에서 제일 똑똑한 친구가 퇴근하자 질문을 하였다. 그 친구는 대뜸 “게의 암수 구별은 남자인 내가 게의 눈을 보면 확연히 구별할 수 있네. 암컷은 내외를 하니까 말이야.”하였다. 친구들은 모두 또 한바탕 웃었다. 그동안 게의 다리를 살펴보고 껍질을 두들겨보며 게의 튀어나온 눈알까지 살폈던 터였는데 그 친구의 우답이 재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성호는 선비들의 우문우답을 예로 들면서 앞으로 나라 일을 맡아서 처리함에 있어서 자세히 알고 하지 못하리라는 이야기를 경고 하고픈 것이었다.

성호는 위나라 장읍이 지은 책에는 ‘수놈은 낭의라 하는데 배꼽이 뾰족하다. 암놈은 박대라 하는데 배꼽이 둥글다.’라고 하였다. 또한 게장을 해서(蟹胥)라 하는데 ‘암컷으로 담근 것이 맛있고, 수컷으로 담근 것은 맛이 덜하다.’고 부연 설명을 한다. 그래서 좋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게의 암컷과 수컷을 구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한 가지 분야에서 전문적인 달인이 되라는 의미이다.

나라 일을 맡아하는 관리들이 명심해야 할 말인 듯하다. 좋은 정치를 하려면 반드시 참과 거짓을 구별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분별 교육이 우선이리라.

여러 학교의 졸업기간이다. 지하철 안에서 할머니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손자 자랑을 하는 것을 들었다. 손자가 졸업하면서 ‘학교장 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아마 할머니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개근상이나 우등상이 전부였을 것이다.

요즘은 졸업생 전원이 특기상을 받는다. 옛날과 다른 점이다. 상의 값어치와 효용성이 떨어지는 단점은 있어도 사람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기능이나 기예가 있다. 그 잠재된 재능을 찾아서 상장을 주는 것은 최대의 칭찬이다. 받으면 누구나 마음이 흐뭇하고 기쁘다. 아이는 앞으로 그 재능이 크게 발현될 수도 있다. 그것이 교육이다. 할머니는 ‘학교장 상’받은 손자가 자랑스럽다. 졸업식 날에 특별히 맛있는 음식을 사주었다고 한다.

‘가장 받고 싶은 상’이란 시가 있다. 세상을 떠난 엄마를 그리며 쓴 6학년 어린아이의 생활 속의 실화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짜증 섞인 투정에도/어김없이 차려지는/당연하게 생각되는 그런 상//하루에 세 번이나/받을 수 있는 상/아침상 점심상 저녁상//받아도 감사하다는/말 한마디 안 해도/되는 그런 상/그 때는 왜 몰랐을까?/그 때는 왜 못 보았을까?/그 상을 내시던/주름진 엄마의 손을//…….//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엄마 상/이제 받을 수 없어요.//이제 제가 엄마에게/상을 차려 드릴게요./엄마가 좋아했던/반찬들로만/한가득 담을게요.//하지만 아직도 그리운/엄마의 밥상/이제 다시 못 받을/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울 엄마 얼굴(상)’(가장 받고 싶은 상, 무덕초, 이슬)

진솔함에 가슴 뭉클하다. 이 아이가 진짜 받고 싶은 상일게다.

게의 암컷과 수컷의 구별을 건성으로 하듯이, 게의 젓갈 맛을 음미하지 못하듯이, 우리는 매사를 그냥 지나치는 일은 없는지 주변을 다시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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