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 후원금으로 빚 갚은 가짜 캣맘
길냥이 후원금으로 빚 갚은 가짜 캣맘
  • 정은빈
  • 승인 2019.02.1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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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명에 341만원 받아 빼돌린 60대
“경북대병원서 수술 후 입원” 주장하다
병원에 사실 문의한 후원자에 들통
‘캣맘’으로 위장한 60대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길고양이 치료비를 모금해 부채 해결에 사용한 사실이 후원에 참여한 누리꾼들에 의해 드러났다.

18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A(여·60·대구 동구)씨는 지난해 12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길고양이 탈장 수술비 후원 목적으로 50여명으로부터 총 341만 원을 모금해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년여 동안 이 커뮤니티에 반려동물 사진을 올리며 활동한 A씨는 지난해 10월 “집 마당에서 주워 기르는 고양이가 탈장으로 아프다”는 사연을 올렸다. A씨는 또 커뮤니티에서 만나 친하게 지낸 B(여·52·전북 전주)씨와 C씨에게 “동물병원에 문의해보니 수술비로 400만~500만 원이 필요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연말에 경북대학교 부속동물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려 한다”고 전했다.

C씨는 A씨의 사정을 안타깝게 여겨 지난해 12월 17일 커뮤니티에 사연을 올려 모금을 진행했고 3일간 50여명으로부터 341만 원을 모아 A씨에게 전달했다. A씨는 같은 달 24일 고양이가 무사히 수술을 마쳤고 입원 중이라고 커뮤니티에 알렸다.

이후 B씨 등 후원자들은 A씨에게 영수증과 고양이 수술 경과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A씨는 교직원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지인이 수술비를 대신 결제해 영수증을 갖고 있지 않고, 수술 후 안정을 이유로 병원에서 면회를 금지해 고양이 사진을 찍을 수 없다며 공개를 미뤘다.

이를 수상히 여긴 B씨는 직접 경북대 동물병원에 수술과 결제 기록을 문의했고 “12월에 고양이 탈장 수술을 한 사실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A씨는 커뮤니티와 관련된 사람들과 연락을 두절했다 B씨가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돈을 돌려주겠다”며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 돈을 빚을 갚는 데 쓴 것으로 알려졌다.

후원자들은 A씨가 처음부터 횡령을 목적으로 모금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후원금 전달 당시 “신용불량자라서 돈을 직접 받으면 안 된다”며 지인의 계좌를 거치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다.

A씨는 후원금 유용을 인정했지만 계획적으로 저지른 일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부인했다. A씨는 “갑자기 급한 사정이 생겨서 그랬다. 계획적으로 한 일이 아니다”라며 “돈은 조금씩 나눠서 모두 돌려주겠다”고 했다.

후원 참여자들은 수사기관에 진정서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B씨는 “그동안의 모습을 봤을 때 돈을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경찰에 신고 시 선의로 도움을 준 사람들까지 공범으로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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