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면장을 하지
알아야 면장을 하지
  • 승인 2019.02.2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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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공동대표
알아야 면장을 한다.

이 말은 알아야 면장(面長)을 한다는 말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어원을 보면 면장은 면장(面長)이 아니라 면장(免牆 담장을 벗어난다)이다. 그야말로 면장을 해야 한다.

면장(免牆)이란 배움을, 앎을 강조한 말이다. 알기 위해서 배워야 하고 배워서 뭘 모르는지 알아야 한다.

출전(出典)은 논어(論語)의 양화편(陽貨篇)이다.

공자는 공부에 게으른 아들에게 사람으로서 공부하지 않으면 마치 담장에 얼굴을 마주대하고 서있는 것과 같다고 꾸짖었다. 공부하지 않아 무지한 사람은 마치 담벼락을 마주보고 서 있는 것과 같아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답답함을 면하려면 공부하라는 뜻이다. 여기서 유래된 말이 ‘알아야 면장을 하지’이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담을 마주하는 것처럼 앞을 볼 수가 없고 앞으로 나가지도 못한다.

결국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하다는 것인데 살다보면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 배우려고 노력하지 않아 말이 통하지 않는 벽창호 같은 사람이 많다. 이들이 면장(面長) 같은 어떤 공직을 맡았을 때는 자신의 무지, 더 이상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 자세 때문에 구성원이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

면장(免牆)이 면장(面長)으로 잘못 이해되기도 하는데 사실 면장(面長)이 면장(免牆)을 한다면 면에 사는 주민이 면장(免牆)하기는 쉬워진다는 비유도 가능하다. 공부하는 공무원은 주민이 뭘 원하는 지 잘 알아 소통이 쉬워질테고, 주민과 뜻이 잘 통하게 되면 자연스레 민관거버넌스가 이루어질 것이다.

특히 주민 대표인 자치단체의 구의원과 시의원,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은 면장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대표적인 사람들이 아닐까?

실제 주민들은 공무원이 말이 안 통한다는 얘기를 종종한다. 공무원 또한 행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막무가내로 주장하는 주민과 말이 안 통한다는 애기를 한다. 이때 공자의 말씀이 유효하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

마을에서부터 서로 소통하려면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소통은 하라고 해서 바로 되는 것은 아니다.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고 관련 지식을 가질 때 가능한 것이다. 주민으로서 조금만 지역사회에 관심을 가져도 답답한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학교에서 배운 적도 없고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는다. 이리저리 물어보고 신문을 봐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 전문가는 전문적인 주장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안에 대한 이해가 어렵다.

그래서 현재 우리 사회에서 절박하게 회자하는 말 중의 하나가 ‘소통’이 아닐까. 한자로 ‘트일 소(疏)’와 ‘통할 통(通)’을 합한 단어인데, 글자 그대로 ‘트여서 서로 통한다‘는 뜻이니 막힘이 없이 잘 통해 서로 이해하는 상태이다. 사회 전반에 소통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말이 안 통하기 때문이다.

글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말이 안 통한다니 참 답답한 일이다. 말이 안 통하니 오해가 쌓이고, 오해는 갈등을 만든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말이 통하려면 두루 알아야 한다. 모르면 묻고 배워서 제대로 알고 소통해야 한다.

소통을 위한 기회가 불통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봐와서 이상하지도 않은 세상이다. 자기주장만 어지럽게 춤추는 세상을 끝내기 위해서는 면장(免牆) 해야 한다. 더구나 공동체의 질서를 만드는 공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배우지 않는 죄가 크다고 할 것이다.

주민에게 제대로 정보를 제공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의 업무태만은 지역사회의 미래를 어둠에 가둔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지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대로 알리지 않은 죄를 물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 라는 그림일기책을 펴낸 순천 할머니들은 여든을 앞두고 글과 그림을 배워 또 다른 인생을 경험하고 있다. 그야말로 배워서 면장한 사례이다. 내 인생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으니 얼마나 신기한 경지이겠는가. 주민들이 지역의 질서를 만드는 일에 함께하고 책임지며 서로 도우며 사는 지역의 미래는 이러한 경지에 이르는 길이 아닐까.

우리, 함께 면장하자. 공자의 말씀처럼 알아야 면장을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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