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눈과 발이 되어…‘행복한 결실’
서로의 눈과 발이 되어…‘행복한 결실’
  • 남승현
  • 승인 2019.02.2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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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 특수교육과 김하은·설진희 씨
시각·지체장애 어려움 도와 줘
공립교사 임용시험 나란히 합격
26일대구대
지팡이를 짚은 김하은 학생(시각장애)과 휠체어를 탄 설진희 학생이 함께 캠퍼스를 거닐고 있다.

한 대학의 같은 학과 동기이자 기숙사 룸메이트로 서로의 눈과 발이 되어 준 두 장애학생이 공립 교사 임용시험에 나란히 합격해 화제다.

대구대 특수교육과 15학번인 김하은(22), 설진희(26) 학생은 최근 발표된 ‘2019학년도 공립 중등교사 임용시험’에서 각각 서울과 울산 지역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졸업 전 합격의 영광을 누리게 됐고, 졸업식 때 총장 모범상을 수상했다.

김하은 학생은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선천성 시각장애 1급, 설진희 학생은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 없이는 이동이 힘든 지체장애 1급인 학생이다.

네 살 차이 친자매처럼 지냈던 두 학생의 인연은 신입생 입학식 때 옆자리에 앉게 되면서 시작됐다. 1학년 때 같은 기숙사 옆방에 살면서 친해졌고, 2학년 2학기 때부터는 아예 같은 방을 쓰기 시작했다.

이들은 2년 넘게 기숙사 방을 함께 쓰면서 서로의 눈과 발이 돼 주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하은 학생이 임용시험을 준비하면서 동영상 강의를 들을 때 그림이나 도표는 진희 학생이 직접 설명해 주곤 했다.

또한 휠체어를 탄 진희 학생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물건을 하은 학생이 대신 꺼내주거나, 기숙사에서 함께 손발을 맞춰 음식을 해 먹는 등 서로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키워 나갔다.

김하은 학생은 “비장애학생과 룸메이트를 하다보면 아무래도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괜히 미안해 질 때가 있는데, 진희 언니와는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면서 “서로 부담 없이 지내다 보니 마음까지 터놓는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학과 내에서도 이 둘의 끈끈한 우정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사범대학 특성상 같은 수업을 많이 듣게 된 두 학생은 함께 과제를 할 때가 많았고, 시험공부를 할 때 서로 모르는 부분을 가르쳐주는 등 학업 면에서 상호 부족한 부분을 채워줬다.

학업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서로에게 의지했다. 설진희 학생은 “학과 친구들이 우리를 ‘엄마와 딸’이라고 부를 정도로 하은이가 절 잘 따랐고, 저도 하은이를 각별히 챙겼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두 학생은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친목을 쌓는 학내 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했고, 장애인 여행 활성화를 위한 사회공헌 활동(기아자동차 대학생 모빌리티 프로젝트 ‘초록여행 하모니 원정대’)에 같이 참가하는 등 과외 활동도 함께 했다.

이러한 두 장애학생의 아름다운 동행은 방송 뉴스와 다큐 프로그램으로 소개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 두 장애학생의 우정은 행복한 결실을 맺었다.

두 학생은 시험 합격의 비결을 ‘서로 함께 했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김하은 학생은 “1차 필기 합격 후 2차 면접 준비를 위해 진희 언니와 자취방을 구해 함께 공부하면서 마지막까지 서로를 응원하고 용기를 북돋았던 것이 최종 관문을 통과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설진희 학생도 “둘이 같이 합격하니 기쁨이 두 배다”고 했다.

앞으로의 어떤 교사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설진희 학생은 “다른 많은 과목 중 부전공으로 직업재활을 선택했는데, 취업에 막막해 하는 장애학생들의 진로와 직업을 함께 고민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하은 학생은 “앞으로 우리 둘이 서울과 울산. 서로 떨어진 곳에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딛겠지만, 마음 속 발걸음은 언제나 함께 할 것이다”면서 변치 않는 우정을 다짐했다.

남승현기자 namsh2c@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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