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어떻게 살까
100세 시대, 어떻게 살까
  • 승인 2019.02.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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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선 대구교육대학교 대학원 아동문학 전공 강사
“할아버지 그게 정말이에요?”

“진실만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들을 자격이 없단다”

이렇게 시작되는 ‘창문 넘어 도망친 100 세 노인’ 책은 500쪽이 넘는 장편소설이다. 스웨덴에서 출간되면서부터 전 세계로 번역되어 나갔다. 8백만 부 이상 팔렸으며 판권이 팔린 38개국에서 속속 번역되었다. 1961년생 요나스 요나손이 2009년에 처음 쓴 이 작품으로 2012년 독일 부혼마크트 선정 최고의 작가로 선정되고 2013년에는 자국에서 신인 작가상을 받았다. 영화로도 제작 되자, 2012 프랑스 에스카파트상 수상, 스웨덴 영화제,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 스웨덴에서 박스 오피스 5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면서 제작비의 2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한국에서도 상영되었고 연극으로 재탄생시켜 인기를 끌었다. 왜 사람들은 노인이야기에 이렇게까지 열광하는 것일까?

한 마디로 ‘창문 넘어 도망친 100 세 노인’은 매력남이다. 주인공 노인 알란은 우리가 아는 그런 기력 없는 노인이 아니다. 젊은이들이 더 부러워하는 패기 넘치는 노인이다. 100번째 생일을 축하해주려는 양로원에서 창문을 넘어 도망치는 것부터 대접이나 받으며 죽치고 사는 노인의 특성을 거부한다. 가족도 없고 돌봐줄 사람도 없는 독거노인이지만 사건사고에 말려들 때마다 혼자 유쾌하게 헤쳐 나가는 여유와 배짱이 두둑해서 참새가슴으로 사는 우리에게 부러움을 주는 인물이다. 마치 ‘백세라서 이렇게 여유롭고 배짱 있게 행동할 수 있는 거야’하며 평생을 살아온 노하우가 집결된 지혜를 과시하는 것 같아 그 과정들이 매력 있어 허구로 보이지 않는다. ‘그래, 나이 먹는다고 꼭 늙는 것만이 아니다. 반짝이는 순간이 계속 될 수 있다. 그러니 살아있는 날까지 하고 싶은 걸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이다’는 그의 생각은 즉각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하여 새로운 것을 얻게 되는 도전이 되어갔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덧 늙어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아직도 얼마간 더 늙어 갈 거였다’

늙음의 진실 앞에 서면, 우리에게 내일이 매일 꼬박꼬박 있으리란 보장이 없다. 아침에 눈을 뜨는 새아침 하루하루가 기적 같아 감동인 요즈음! 나를 데려갈 죽음 친구도 의식하게 된다.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 영화가 생각난다. 나이 들어감에 죽음을 생각하게 되는 노인의 심리를 다룬 영화여서 일까? 자기 방식대로 사는 주인공 여자 해리엇은 광고 회사를 설립하여 모든 것을 직접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열정으로 살았다. 주변의 미움은 받지만 상황이 나빠졌을 때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는 경영자의 바른 인식은 내가 살아온 신념과 닮아 친구처럼 느껴졌다. 내 친구, 그녀도 늙어버렸다. 죽음을 직시하자 자신의 사망기사를 멋지게 남기고 싶어 사망기사전문작가를 찾는다. 완벽한 사망기사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고인은 동료들의 칭찬을 받아야 하고, 가족의 사랑을 받아야 하며, 누군가에게 우연히 영향을 끼쳐야 하고, 자신만의 으뜸패(와일드 카드)가 있어야 한다’는 4가지 요소를 찾아 나선다. 이 4가지 요소야말로 우리의 남은 시간을 점검해보며 채워가야 하는 기준이 아닐까? 그 길에 꼬마아이, 청년 작가, 어르신 세 세대가 모여서 이루어가는 것들이 우리에게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너가 실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패가 너를 만든다. 실패하라. 그리고 좋은 날이 아니라 의미 있는 날을 보내세요. 진실 되고 솔직한 하루하루, 정직한 하루를요”

주인공 해리엇의 말대로 실패를 두려워말고 하루하루에 도전하며 주위에 좋은 영향을 나눠주다 떠나야 내 죽음을 기억해줄 사람이라도 있겠다. 그러니, 죽는 날까지 아름답게 살 수 있는 비결은 자기 몸을 스스로 관리하며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되 주위에 미약하게라도 이바지할 수 있는 삶이어야 하겠다. 이런 삶을 살아온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100세 시대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유쾌하게 주면서 아직도 책속에 살아있다. 그것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100세 노인의 특수 지식이 필요해 특사를 보냈는데 대통령의 정신 상태가 온전한가를 꼼꼼하게 따져가며 도와주겠다고 수락하는 품위 있는 모습으로. 존재감 있게 살고 떠날 때는 멋있고 아름답게 떠나면 최상의 삶을 살다 가는 길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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