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적 직장문화 여전
성차별적 직장문화 여전
  • 정은빈
  • 승인 2019.03.0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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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조부모 사망시 휴가 3일
외가는 연가 사용”
“조의금 지급도 차이 둬
시대착오적 행태” 지적
올해 3.8 ‘세계 여성의 날’이 111주년을 맞았지만 각 기업의 직원 경조사 시 친·외가에 따른 차등적 처우 등 성차별적 직장 문화는 여전해 보인다. 친조부모와 외조부모의 지위를 다르게 매겨 지원에 차이를 두는 건 구시대적 문화라는 지적이다.

경북 구미 한 기업체 직원 이모(31)씨는 지난달 26일 대구 한 대형병원 장례식장에서 외할머니의 장례를 치렀지만 회사로부터 조의금을 받지 못했다. 장례를 치른 대상이 직원의 외조부모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이 기업은 직원의 친조부모가 상을 당했을 때 월 고정급여의 25~50%를 조의금으로 지급한다.

이씨는 “친조부모 사망 시 휴가가 3일 나오지만 외조부모의 경우 별도 휴가가 없어 연가를 내고 장례에 참석했다”며 “남자 쪽 집안과 여자 쪽 집안을 구분하는 것 같아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친가와 외가에 대한 차등적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각 기업의 실행은 저조하다. 상당수 기업은 직원의 조부모가 사망할 시 조사(弔事) 휴가 일수와 조의금을 친조부모와 외조부모에 따라 다르게 지급하고 있다. 국내 10개 대기업의 규정을 살펴보면 친조부모 조사 휴가 일수는 최소 2일에서 최대 5일, 외조부모 조사 휴가는 지급하지 않거나 최대 3일이다.

문제는 직원 경조사 시 처우 사항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각 기업은 관련 규정 여부와 내용을 자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사내 규정에 성차별적 요소를 둬도 제재할 방법이 셈이다.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의 인식 개선 활동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국회에선 친족 사망에 따른 근로자 조사 휴가 시 친가와 외가 차별 금지를 골자로 한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박주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7월, 박경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17년 5월 ‘남여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보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3년 외조부모를 차등 대우하는 건 특정 집단을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각 기업에 노사합의를 거쳐 자체 개선하라는 의견표명을 하기도 했다.

여성단체는 외·친가 차등적 복지 적용은 성차별적 직장 문화의 일부로, 여성 노동자에 대한 전반적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배현주 전국여성노조 대구경북지부 부지부장은 “‘외가’와 ‘친가’라는 단어 자체가 차별적이다. 어머니 쪽 가족에 ‘외’자를 붙이고 부차적인 단어로 부르는 관습부터 바꿔야 한다”며 “여성 노동자들이 집단적 목소리를 내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동시에 국가는 각 기업의 성차별적 관행을 투명하게 조사해 공개하고 위반 사항에 대해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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