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문재인 대통령은 비밀 핵시설을 알고 있었을까
[윤덕우 칼럼] 문재인 대통령은 비밀 핵시설을 알고 있었을까
  • 승인 2019.03.1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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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주필 겸 편집국장)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문재인 정부의 입장과 달리 대북제제를 위한 미국의 압박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미국언론에서는 한미동맹 균열까지 거론하고 있다. 동맹국인 미국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경우 문재인 정부 아니 대한민국이 매우 난감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외교안보는 물론 경제까지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우리가 의지를 갖고 한결같이 평화를 추구한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는 반드시 올 것”이라며 “평화경제의 시대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사항이다. 누구나 평화를 원한다. 문제는 어떻게 평화를 유지하느냐다. 북한의 알려지지 않은 비밀 핵시설과 대량살상 생화학무기를 머리에 이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얘기할 수 있을까. 영변 핵시설 말고도 그동안 노출되지 않았던 또 다른 대규모 비밀 핵시설이 북한에 있다는 것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제기됐다. 남북의 화해와 항구적인 평화는 여야,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닌 우리 온 국민, 크게는 인류의 공통과제다.

남북한 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해결할 수 있으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다. 미국 눈치 안보고 중국 눈치 안보고 러시아나 일본 눈치도 볼 필요없는 초강대국 대한민국이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미세먼지가 국민들의 숨통을 막아도 중국에 큰 소리 한번 못친다. 사드 배치로 보복이 극심해도 ‘당신들 왜 그러느냐’고 항의 한번 못하는 대한민국이다. 중국의 사드배치 앙심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중국은 수시로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하고 있다. 일본은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긴다. 그것도 아주 뻔뻔스럽게….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독도 사랑’티셔츠나 입고 한번씩 이벤트나 하는 것이 고작이다. 이불 덮어쓰고 눈만 부라리는 형국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북한은 만약 그들이 합의를 이룬다면 믿을 수 없는, 빛나는 경제적 미래를 가질 것”이라며 “하지만 만약 그들이 핵무기들을 가진다면 어떠한 경제적 미래도 갖지 못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메세지는 분명하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다. 문 대통령은 동맹국인 미국의 의도를 명확하게 읽어야한다. 구렁이 담 넘어가는 식은 절대 안된다. 그러나 돌아가는 형국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눈치가 없는 것인지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미국입장에서 보면 동맹국보다는 북한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북미회담 결렬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방안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선 대북(對北) 제재를 풀어야 한다. 2차 북·미북 정상회담은 제재 문제에 대한 양측 간 이견으로 결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회담 결렬 직후 기자회견에서 회담 결렬 이유에 대해 “제재가 쟁점이었다”며 “북한에서는 제재완화를 요구했지만, 저희는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를 우리에게 줘야지만 우리도 제재 완화를 해줄 수 있다”며 “만족스럽지 않은 합의 하느니 제대로 하기 위해 안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을 다 포기해야 한다”며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매우 중요한 개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이) 영변 핵시설보다 플러스알파를 원했던 것 아니냐. 나오지 않은 것 중에 우리가 발견한 게 있었다”라며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로 발견한 시설이 우라늄 농축과 같은 것이냐는 물음에 “그렇다”면서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에 대해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기자회견에 동석한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영변 핵시설 외에도 굉장히 규모가 큰 핵시설이 있다”면서 “미사일도 빠져 있고, 핵탄두 무기 체계가 빠져 있어서 우리가 합의를 못했다. (핵)목록 작성과 신고, 이런 것들을 합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 시각) 북한이 지난해 6월 1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부터 올해 2월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시점까지 핵탄두 6개를 만들 핵물질을 계속 생산해왔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정보당국으로부터 이 정보를 지속적으로 보고 받았으나 북한과 협상을 이어나가기 위해 유화적인 태도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도 이같은 정보를 갖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미국은 서두르지 않고 제재를 고리로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공화·민주 등 미 의회도 북한의 인권까지 거론하며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시간에 쫓겨 북한의 페이스에 끌려다니기보다는 제재를 고리로 시간을 두고 확실한 비핵화를 견인하는 쪽을 선택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 대통령은 미국에 대북제재 해제를 계속 설득하겠다고 한다. 문 대통령도 미국이 지칭하는 ‘영변 핵시설 외에도 굉장히 규모가 큰 비밀 핵시설이 있다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믿음을 쌓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믿음을 잃는 것은 한순간이다. 개인도 국가도 마찬가지다. 문대통령의 이런 행보를 지켜보면서 동맹국인 미국은 무슨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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