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신비
수학의 신비
  • 승인 2019.03.1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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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새누리교회 담임목사
친구인 모 교수는 학생 시절 부터 수재라고 알려졌다. 그의 취미는 수학문제를 푸는 것이라 한다. 취미가 수학문제를 푸는 것이라니 의외여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수학 문제를 풀면 논리적이 되고 또 답이 정확하게 탁탁 나오는 것이 정말 재미있다고 한다.

중학교 수학까지는 쉬웠던 수학이 어렵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때 부터였다. 당시 거의 모든 고등학생들이 다 가지고 있었던 수학책인 ‘수학의 정석’에는 내가 이해할 수도 없는 문제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문제를 단숨에 쓱쓱 풀어내는 친구들이 있었다. 때로 그 친구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가 싶어 당시 가장 어려운 문제를 내밀며 풀어 달라 부탁해 보았더니 잠시 생각하고 척척 풀어내는 그의 실력에 놀라곤 했다. 나와는 다른 두뇌를 가진 별종의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감탄과 탄식이 저절로 나왔다. 그 후에 수학에 뛰어난 친구들과 후배들이 무척 부러웠고 특히 같은 전공의 동료가운데 수학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친구들에게 괜한 열등감이 들기도 했다.

그런 수학에 대한 아쉬움이 다시 절실하게 느껴진 것은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었을 무렵이었다. 중학생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면서 나는 우리 아이들이 수학에 그리 재능이 없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아내에게 학창시절 수학을 잘했느냐고 물어보니 제일 못한 과목이 수학이라 한다. 그래서 나는 학창시절 그래도 수학을 좀 한 편이었으니 아이들이 수학을 잘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아내의 잘못이라고 억지를 부렸다. 아, 수학을 잘하는 여자랑 결혼할 걸 하는 아쉬움이 밀려 왔으나 이제 와서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아이들은 수학을 그리 잘하지 못하였지만 그럭저럭 자기 갈 길을 찾아갔고 더 이상 수학에 대한 미련은 없어졌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수학의 매력과 신비에 감탄하는 일이 많아졌다. 물리학 특히 양자역학에 대한 책들이나 철학에 대한 책을 읽을 때 마다 그 근저에는 항상 수학적 사고가 바탕이 되어 있었다. 학생 때 배운 수학, 어디에 써 먹나 싶었는데 심오한 사고와 철학 그리고 과학의 발달에는 수학이 있음을 새삼 발견하게 되었다.

돌아보면 전 근대적인 철학과 종교는 실험과 관찰이라는 기초적 검증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혼란을 초래했다. 그 유명한 아리스토텔레스도 가벼운 물체보다 무거운 물체가 먼저 낙하한다고 믿었을 정도였다. 이것은 간단한 실험과 관찰만으로 검증할 수 있는 문제였지만 그는 우주를 지배하는 모든 법칙은 순수한 사고만으로 밝혀 낼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그러나 실험과 관찰로 이론을 도출하는 과학적 방법도 귀납법의 오류라는 한계를 가지는 데 이 한계를 보완하는 것이 연역적 방법인 수학이었다. 이 수학에 의해 미시세계와 거시세계의 비밀이 풀려지고 있다. 우주와 지구의 나이, 다중 우주론, 빅뱅, 블랙홀, 우주배경복사와 같은 이론들이 추측이 아닌 수학에 의해 실제 증명되는 단계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이해하기도 힘든 일이지만 현대 과학이 입증하고 있는 이와 같은 사실들은 기존의 진리에 대한 도전이면서 새로운 진리를 향한 비약이 된다. 지동설의 경우와 같이 과학을 비 신앙적인 것으로 여기거나 직관과 믿음만을 고집하는 것은 과학을 오해하는 것이다. 실험과 관찰이라는 귀납법과 수학이라는 연역법을 함께 갖춘 현대 과학은 진리에 대한 무시할 수 없는 설명력을 가진다. 오늘의 우리 종교인들은 현대 과학이 가지고 있는 이 놀라운 설명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긴 이런 것에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고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긴 하다. 그러나 삶이 무엇인가, 우주 혹은 진리가 무엇인가 물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우리 인간은 이런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부처님을 통하여 인간이 형이상학적인 문제에 대해 얼마나 깊이 사고할 수 있는가를 배웠고 예수님을 통하여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인간의 죄가 어떻게 사함을 받는지를 알게 되었다. 아울러 뉴턴과 아인슈타인 같은 수학의 천재들을 통하여 우주가 얼마나 신비로운 존재인지를 알게 된다. 수학은 신비롭고 감탄할만한 인류 공통의 언어이다. 이 땅의 수학자들에게 대해 새삼 존경스런 마음을 가지며 나도 수학 문제를 틈틈이 풀어 보는 고상한 취미를 가져볼까 한다. 수학 문제를 푸는 재미와 함께 혹 나중에 태어날 손자들에게 수학 선생 노릇을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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