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표창·대구시민상 대상 수상자 박언휘종합내과 박언휘 원장
대통령 표창·대구시민상 대상 수상자 박언휘종합내과 박언휘 원장
  • 김광재
  • 승인 2019.03.11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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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전용 약봉지 개발
대구 장애인예술단 축제 개최
저소득 학생·노인·장애인…
도움 필요한 이들에 온기 전해
국민추천포상 대통령 표창을 받은 박언휘 원장.

 

 

15억 상당 백신 후원…“어려운 이웃돕기는 나와의 약속”

대구의 한 여성 의사가 지난달 26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8기 국민추천포상 수여식’에서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대구·경북 지역 노인복지시설에 백신을 무료로 제공하고, 소외계층을 위해 꾸준하게 의료봉사를 다니며,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점자 약봉지를 개발한 공로로 국민이 뽑은 숨은 영웅에 선정된 것이다.

이에 앞서 21일 대구엑스코에서 개최된 자랑스러운 자랑스러운 대구시민상 시상식에서도 그는 대상을 수상했다. 심시위원회는 노인복지시설에 2005년부터 15억원 상당의 백신을 후원하고, 장애인 예술단 ‘대구라온휠문화예술단’을 구성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소통하는 축제를 개최하는 등 함께 더불어 사는 자랑스러운 대구 만들기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수상자는 수성구 만촌동 박언휘종합내과의 박언휘 원장이다. 그는 이번 수상 공적에 드러난 것 외에도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는 등 볕이 적게 드는 곳에 꾸준히 온기를 전해왔다. 그뿐만 아니라 대한노화방지연구소 이사장, 시인이자 수필가, 계간지 ‘시인시대’ 발행인, 재대구 울릉향우회장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생각을 바꾸면 쉬워요. 어차피 나중에 가져갈 것도 아니니까,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필요한 분들과 나누는 겁니다. 지금은 독감백신을 국가에서 지원하지만,예전에는 돈이 없어 접종을 못 받는 어르신들이 많았어요. 아직도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곳이 있고 제가 도울 수 있으면 도와야죠.”

 

“아픈 사람에겐 약 줘야 하고
학비없는 학생에겐 장학금이…
할 수 있는데까지 돕고 싶어”

박언휘종합내과는 첫째 일요일에만 쉬고 일요일 공휴일에도 오전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진료를 한다. 월·수·금은 밤 9시까지, 화·목·토는 7시반까지 한다. 의사는 박 원장 혼자다.

“배고픈 사람에게는 빵을 줘야 하고, 아픈 사람에게는 약을 줘야 하고, 학비가 없는 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줘야 해요. 돈이 더럽다고들 하지만 나눔에는 돈이 필요하지요. 쉬엄쉬엄하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야죠.”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휴식과 힐링이 필요할 때고 있고, 스트레스를 날릴 취미생활도 갖고 있을 텐데, 박 원장에게는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 거의 없을 것 같다.

“제가 꽃을 좋아하는데 봉오리가 막 피어날 때가 참 예뻐요. 농사 짓는 분들은 싹이 틀 때가 그렇게 이쁘다고 하더군요. 저는 환자들이 나을 때가 행복해요. 회복하는 과정을 함께하는 게 저한테는 힐링의 시간이죠. 그러다 보니 쇼핑 다니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하지는 못해요. 친구들이 골프 안 하면 늙어서 같이 놀 사람 없다고 하는데 그래도 시간이 없어서 못해요. 아쉽기는 하지만 둘 다 가질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그에게는 자신만의 힐링법이 또 하나 있었다. 시인,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틈틈이 글을 쓰고, 시 전문 계간지 ‘시인시대’를 발행하고 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016년 잡지를 창간한 것은 스스로 문학이 주는 치유 효과를 실감했기 때문이었다.

“8년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많이 힘들었어요. 매일 아침 엄마와의 통화로 하루를 시작했거든요. 어머니는 제 목소리만 듣고도 제가 어떤 상태인지 훤하게 아셨어요. 어머니가 안 계시니 고아가 된 것 같고 세상에 저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았어요. 그 상실감은 말로 다 못할 정도였지요. 그러다 대학 때 쓰다가 그만둔 시를 다시 쓰고 싶어졌어요. 그렇게 글을 쓰는데 마음이 편안해지더군요. 시가 약이었어요. 문학이 아픈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으니, 잡지를 내는 일도 의사 일과 크게 동떨어진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는 ‘시인시대’에 ‘박언휘의 만남’이란 제목으로 시인들의 인터뷰를 싣고 있는데, 특히 유안진 시인을 만나 글과 삶이 하나로 겹쳐진 모습에 감동했다고 한다. 의사로서, 봉사자로서 박 원장의 평범하지 않은 삶도 그와 닮은 듯했다. 지나온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할아버지가 경주에서 독립자금을 독립군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다 발각돼, 재산을 다 빼앗기다시피 하고 울릉도로 옮겨왔어요. 할아버지는 그때 울릉도에서 명망이 높던 어른 한 분과 학교설립을 계획하셨는데, 그분은 해주 출신으로 중국에서 학교를 다닌 인텔리였어요. 그분이 제 외할아버지예요. 두 어른의 아드님 따님이 결혼해 제가 태어난 거죠. 중학교는 대구로 진학하려고 했는데 폭풍이 와서 한 3개월 동안 배가 못 떴어요. 섬에 눌러앉았는데, 철이 좀 들면서 보니 울릉도 사람들이 참 불쌍했어요. 축구 하다 다리를 다쳤는데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패혈증으로 죽는 아이도 봤고, 맹장이 터졌는데 병원에 갈 수 없어서 죽는 사람도 봤어요. 어릴 때 아버지가 사다 주신 위인전 중에서 특히 퀴리부인과 슈바이처 박사를 좋아했어요. 그렇게 의사의 꿈을 갖게 됐어요.”

그는 고등학교 때 대구로 나왔다. 당시는 중고 동일계 진학 제도가 있을 때여서 뽑는 학교도 별로 없었다. 대구여고에 수석으로 합격을 한 그는 매일 경북대 의대 학생들을 보며 의사의 꿈을 키웠다.

“본과에 1학년 때 아버지 사업이 부도가 나는 바람에 동생 넷이랑 길거리에 나앉게 됐어요. 딱한 소식을 듣게 된 한 여성 의사가 저를 보자고 해서 갔는데, 저를 보더니 멋쟁이가 왔네 하며 돌아가라고 해요. 어른 뵈러 간다고 차려입고 갔다가 그렇게 된 거죠. 부도는 나도 그때까지 입던 옷은 그대로 있으니 입고 갔을 뿐인데, 말도 한마디 못하고 쫓겨나왔어요. 얼마나 서럽던지. 또 한번은 친한 친구 아빠가 보자고 해서 갔더니 ‘왜 이렇게 어렵게 살려고 하느냐’고 해요. 무슨 소린가 했더니 한 달에 두어 번 만나주고 등록금을 받는 여대생들이 많다는 거예요. …….”

목소리가 조금 떨리는 듯하더니 그는 냅킨을 뽑아 눈가로 가져갔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버지처럼 따랐던 사람에게서 그런 …….” 힘든 상황이 이어지자 너무 막막해서 모진 마음을 먹었다. “사흘 만에 깨어났어요. 교수님이 달래줄 줄 알았는데 눈 뜨자마자 호통을 치시는 거예요. 의사는 잡(job)이 아니라 콜링(calling)이라고, 직업이 아니라 성스러운 소명이라고 하시면서요. 자기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은 의사될 자격이 없다고.”

잠시 말을 멈춘 뒤 물기 젖은 목소리로 이어갔다. “그때 생각을 했어요. …… 이 어려움을 이겨낸다면 ……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살겠다고…… 그렇게 제 자신과 약속을 했어요.”

그 다짐이 지금까지 그를 이끌어오고 있다. 그는 장학금을 줄 때도 아이들을 직접 만나지 않고 돈만 보낸다고 한다. 동정심에서 하는 일도 아니고 대가를 바라지도 않기 때문이다. 공부 잘하거나 못하거나 따지지도 않는다. 그런데 여러 곳에 도움을 주다 보니, 지나치거나 무례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앞으로 도울 때도 잘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면에서 대구시민상과 국민추천포상은 모두 엄격한 심사를 거쳐서 주는 상이어서 든든하다는 느낌? 그런 기분을 느꼈어요. 또 기억에 남는 상은 대한의사회에서 받은 의료봉사상이에요. 어머니가 정말 기뻐하셨거든요. 자랑스런 울릉군민상도 제겐 아주 소중한 상이이죠.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재대구 울릉향우회 회장을 맡아 2년째 하고 있어요. 6월에는 울릉도에 가서 어르신들 진료도 하고 승합차도 한 대 선물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고향에서 봉사할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지요.”

 

시인 겸 수필가로 활발히 활동
리더십·노화방지서적 2권 출간

그는 최근에 그는 책을 두 권 펴냈다. ‘미래를 향하는 선한 리더십’(2018 북그루)와 ‘안티에이징의 비밀’(2019 북그루)다.

‘미래를 향하는 선한 리더십’은 우연한 기회에 경북대 대학원 박사과정 수업에 특강을 하게 된 것을 계기로, 그동안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정리해 선한 리더십과 봉사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다. ‘안티에이징의 비밀’은 노화방지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수집하고 연구한 내용을 총론적으로 엮은 책으로, 안티에이징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쉽게 정리돼 있다.

김광재기자 contek@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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