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 눈 펑펑 내려
지상에 길 다 지워지는 날
벌판 한가운데
푸른 솔 한 그루는
앞 만보고 달려온
내게, 길을 가르쳐 주는 좌표였다
가시밭 이리저리 헤매다
언 두 손으로 꼭 껴안을 때
사랑한다는 말 가만히 들려주는 푸른 솔
멀리서 온 메아리가
머리 위에 쌓인 눈 툴툴 털어
하늘길 가지 사이로
작은 별들을
내 손 끝에 총총 걸어준다
◇오상직= 경북 의성 출생, 아세아문예 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형상시문학회원, 아송문학회 대구지역장, 세계모덤포엠 작가회, 낙동강문학 동인.
<해설> 눈 내린 겨울은 길을 잃는 계절이다. 그래도 집을 찾아갈 수 있음은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좌표가 있기 때문이다. 삶의 여정에도 때론 눈이 오고 길을 잃게 된다. 그러나 손짓하는 가족이 있어 헤매지 않고 완주할 수 있는 것이다. -정광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