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방 헛기침에 세워진 불립문자
누구도 본 적 없고
아무도 모른단다
젖 물린 아기 어머니 꾸벅꾸벅하지 않는다면
시리던 그 겨울밤 결단코 없었으리라
돋아난 그 무엇도
피어날 그 누구도
심지어 아지랑이조차 그냥 한낱 꿈이었을 것이다
◇권순학= 대전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제어계측공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동경공업대학에서 시스템과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2012년 『시와시학』 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바탕화면』,『오래된 오늘』 과 『그들의 집』이 있고 저서로 『수치해석기초』가 있다. 현재 영남대학교 기계IT대학 전기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고 한국시인협회 및 한국지능시스템학회 회원이다.
<시작 노트: 기도를 하건 감상을 하건 돌탑 앞에 선 누구나 배꼽 높이부터 시작하여 위로 향해 하늘 본 후 마감한다. 하늘마저 품은 그 무거움을 버티는 가장 아래 기단을 잘 보지 않는다. 그들의 수고 아니 희생이 없다면 꼭대기에 핀 꽃을 볼 수 없음을 누구나 간과한다. 희미한 봄날 양지 녘 창가에서 아기에게 젖 물린 채 꾸벅꾸벅하는 아기 엄마 바로 그녀가 봄의 기단이지 않을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