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워둔 기둥의 꼭짓점에
너는 매일매일 다른 색깔로 돈다
먼 산을 건너온 너를 무심코 지났다는 이유로
부르르 떠는 충동의 몸짓
한 점으로 단순해져 가는 우리의 언덕에서
네가 휘저은 춤사위는 좌우를 잇는다
위아래도 하나로 잇는 동작이다
바람에 돌다 바람 속으로 들어가
바람 속으로 퍼뜨리는 홀씨처럼
어둡고 낮은 땅 허물을 벗겨낼
눈 환한 떡잎이고 싶다
◇김건희= 미당문학 신인작품상 수상 등단, 이상화문학제 백일장 대상, 최충문학상 수상, 형상시학 회장
<해설> 바람개비가 돈다는 것은 바람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를 따라 돌지 않으면 그것은 바람개비가 아닌 것이다. 세상사도 읽지 못하면 꺾이거나, 읽었대도 따라가지 않으면 퍽퍽한 삶이 기다린다. 그를 읽고 따르면서도 고개 돌려 주변을 살피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이 아름답다. -정광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