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폭력 줄어들면 출생률 오를까
젠더폭력 줄어들면 출생률 오를까
  • 승인 2019.03.2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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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
젠더폭력예방교육을 하고 나면 청중의 질문이 보통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성희롱의 경우 왜 여성들은 피해 당시에 말하지 않고 한참 지나서 피해자라고 말하는가? 둘째는 폭력을 당하는 남성들도 있는데 왜 여성을 피해자, 남성을 잠정적인 가해자로 보는가? 마지막으로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여자도 많아 남자가 억울하게 당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피해 여성들이 곧바로 말하지 못하고 한참 지나서 피해자라고 하는 이유는 즉각 피해를 신고하거나 문제 삼으면 더 큰 피해를 감당해야 되기 때문이다.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거나, 동료애를 기대하기는커녕 오히려 왕따 당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참고 버티는 것이다.

잠정적인 가해자로 본다는 남성들은 경찰청의 통계를 보여주면서 설명해도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다시 한 번 젠더폭력은 성별차이 그 자체가 아니라 성별제도가 만들어 낸 폭력임을 강조한다. 남성연대가 강화되고 여성들의 분열이 일어나는 것을 눈빛으로 읽을 수 있다.

조직 내에서 상사가 공적 권한을 사적으로 사용하여 부하직원에게 특혜나 피해를 주었다면, 그리하여 조직의 목표달성에 방해가 되었다면 더 많은 권한을 가진 상사의 책임이 크지 않은가?

여성에 대한 폭력은 대부분의 여성이 평생 동안 경험하는 일이다.

50대인 필자도 택시를 타면 기사의 눈치를 보는 것이 일상이다.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등의 인사가 없이 목적지만 얘기한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혹시 앞차 운전자를 욕하기라도 하면 가슴이 쿵쾅거린다. 남성들은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이런 경험은 일상화되어 있다.

여성의 인권문제는 이제 사소하거나 개인적인 문제라는 인식은 넘어서고 있지만 노력해도 성과가 없는 문제라는, 어쩔 수 없이 안고 살아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정부가 다양한 대책을 세워야 할 이유가 된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행정의 존재이유니까. 여성가족부만 아니라 다양한 부처에서 문제를 해석하고 적실한 대책을 세운다면 분명히 일상화된 젠더폭력은 줄어들 것이다.

이제 좀 그만하자는 미투운동을 보자.

미투는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어서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다만 여성의 인권의식이 높아진 결과이다. 여성의 인권의식은 많이 높아졌는데 비해 남성들의 의식은 조금밖에 변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여성의 자각에 대한 기존문화의 이해 부족이라고 볼 수 있다. 자연스러웠던 남성 중심의 사회구조를 의심하는 계기로서 미투는 해답을 요구하는 물음으로서 여성 문제이지만 대다수는 여전히 잘못된 일로 인식한다. 그래서 미투운동은 지속되어야 한다.

작년 지방선거에서 경남의 어떤 후보자가 현수막에 “저는 여자 문제가 하나도 없습니다^^”라고 썼다니 참 기발하지만, 젠더 의식 없는 의원이라면 의정활동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에도 그러한 사례가 있다.

안희정 사건의 경우도 그 아내가 “내 남편은 성희롱 가해자가 아니라 불륜 남편”으로 몰아갔으며, 이후 진짜 피해자는 부인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전파되었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호감을 가진 정치인을 잃게 되는 것을 안타까워 했다.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많은 사람들이 인식을 공유했다. 하지만 이 사건의 본질은 도지사라는 권력에 의한 부하직원에 대한 성희롱이다.

국가적 과제로서 출산율 제고 또한 이러한 문제와 연관돼 있다. 출생율을 높이려면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고 살아도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

남성들이 아내와 함께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돌보는 일을 행복해야 하고. 여성들이 아이 낳고 직장 생활해도 피해 받지 않고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해야 한다.

실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2019년 현재 결혼은 필수라고 생각하는 여성은 3%, 자녀가 꼭 있어야 한다는 여성은 5.8%이다. 취업으로 결혼을 선택하는 ‘취집여성’은 거의 없다. 결혼과 자녀가 차지하는 의미가 줄어든 만큼 직장에서의 성적자기결정권이 중요해진 사회다. 평등한 사회, 가족친화적인 일터는 성평등, 여성의 지위향상을 넘어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담보하는 일이다.

지방분권은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정부와 나누어야 한다는 의미이지만 지방 내에서의 분권 또한 중요하다. 여성친화적인 도시를 만드는 일은 여성이 도시행정의 수혜자만 아니라 기획자, 결정자로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역량을 강화시킨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분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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