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인가 허상인가 … 답 대신 물음표 남긴 ‘우상’
욕망인가 허상인가 … 답 대신 물음표 남긴 ‘우상’
  • 배수경
  • 승인 2019.03.21 2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상
 



 

아들 실수로 위기에 몰린 정치인
죽은 아들의 진실을 쫓는 소시민
사건의 비밀을 쥔채 사라진 여인
세 남녀의 선택의 끝은 어디로

영화 ‘우상’은 한 남자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귀 기울여 듣다보니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다. ‘과연 그는 누구이며 어떤 사연을 간직하고 있을까’하는 호기심이 생긴다. ‘우상’에는 사회적 위치, 경제적 수준을 비롯 여러 가지로 다른 두 아버지 구명회(한석규)와 유중식(설경구)이 등장한다.

어느날, 완벽해 보이는 정치인 명회를 흔들어 놓는 사건이 일어난다. 명회의 아들이 낸 교통사고로 중식의 아들 부남이 죽었다. 그날로부터 두 아버지의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 명회의 정치 인생에 닥친 큰 위기, 그 순간만 잘 넘기면 될 줄 알았다. 그렇지만 세상 일이란게 다 그렇듯이 일은 그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사고 현장에 있었다가 사라진 한 여자의 존재가 명회를 서서히 파멸로 몰아간다. 단순히 가해자, 피해자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영화는 ‘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저 인물들의 삶은 어땠을까’라는 선택에 관한 질문을 함께 던져준다.

조금 과한 설정이 있지만 결국은 잘못된 선택의 결과로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인물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우리 모두의 모습일 수도 있다. 누군가를 선과 악으로 딱 잘라 규정지을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명회를 통해 보게 된다.

처음 시작은 중식의 아들 부남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찾기 위한 영화인 듯 하지만 영화 속 대사를 빌어 말하자면 “무엇을 믿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믿게 하느냐가 중요”한 영화이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믿을 것인가?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은 진실인가?

 

배우들 흡입력 강한 연기 호평
불친절한 전개 득일까 실일까

 

영화 ‘우상’은 ‘한공주’이후 5년만에 선보이는 이수진 감독의 작품이다. 제 69회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섹션 초청작이기도 하다. ‘우상’은 상업 영화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친절하지는 않다. 극중에는 꽤 많은 메타포가 등장한다. 참수의 이미지, 닭을 통해 드러나는 계층의 문제, 낙엽, 물 등 늘어놓은 떡밥은 회수되지 않고 던져진 채 관객 각자의 몫으로 남겨진다.

영화는 필요 이상으로 잔혹하게 느껴지는 장면들도 몇몇 포함하고 있다. 하얼빈 출신의 련화로 나오는 천우희의 연기는 놀랍지만 그녀가 왜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나라는 부분에 이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이유만으로는 설명이 쉽지 않아 보인다.

불친절함의 한 요소로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대사도 한 몫한다. 한국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자막이 필요한 순간이 종종 있다. 그것 역시 감독은 분위기로 짐작해야할 부분으로 관객에게 슬며시 책임을 떠넘긴다. 명회, 중식, 련화 세 명의 인물을 따라가기도 벅찬데 그 안에 장애인의 성, 계층간의 문제까지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고자 한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있다. 몇몇 조연의 아쉬운 연기도 ‘옥의 티’다.

누구에게나 우상은 있다. 영화 ‘우상’의 영어 제목에서 떠올릴 수 있듯이 ‘아이돌(Idol)’일 수도 있고 존경하는 인물이 될 수도 있겠다. 개인이 이루고 싶은 꿈이나 신념이 맹목적으로 바뀌게 될 때 그것 역시 우상이 된다. 감독의 입을 빌어 말하자면 영화 ‘우상’은 ‘상업영화이자 스릴러 영화’다. 그러므로 ‘우상이 무엇일까’에 대해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는 없다. 감독은 타이틀을 영화의 마지막에 배치하는 것으로 이런 의도를 드러낸다.

여러 가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세 배우의 열연은 144분이라는 꽤 긴 상영시간동안 지루할 틈 없이 관객을 몰아부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우상의 몰락이 아니라 명회가 가진 ‘드라마’의 완성, 또 다른 ‘우상’의 탄생을 이야기하는 듯 하다.

배수경기자 micbae@idaegu.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동영상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