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 가는 금강 하구 둑에서
어둠이 밀려오는 것 보고 있네
낯선 바람이 어둠을 싣고와
집들과 강을 물들이네
삶은 가고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바람
정겹게 다가와
아프게 사라져 가는 것
밀물과 썰물이 그러하듯이
쉴 곳을 찾지 못한
낯선 바람을 데리고
한 해를 끌고 온 십일월의
저물어 가는 하늘을 바라보네
◇박영미= 경북 청도 출생. 2007년 <사람의문학>으로 등단. 시집 <거룩한 식사>
<해설> 하구 둑에서는 시작보다는 끝이 아름답다. 낙조는 배경이 단순할수록 아름답게 보인다. 단조로워야 소소한 바람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삶도 그러하듯이 온갖 화려한 날들 보다는 한해의 끝자락을 하구 둑에서 관조하는 그 단조로움에 오히려 큰 상념에 젖어 들 수 있지 않을까? -김연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