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행복은 어디 있을까?
아이들의 행복은 어디 있을까?
  • 승인 2019.03.2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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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새누리교회 담임목사
큰 아이가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을 때, 나는 꽤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 고민은 큰 아이의 진학 문제였는데 꼭 고등학교에 보낼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 고민을 고등학교 교사인 아내와 의논했는데 의외로 그 논의는 쉽게 결정이 났다. 아내는 하루 동안 생각을 해본 후에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내 생각에 동의해 주었다.

우리는 삼 일 후에 큰 아이에게 우리 생각을 알려 주고 함께 의논했다. 그랬더니 아이는 즉석에서 자기도 그것이 좋겠다고 동의를 했다. 그래도 유치원부터 대한민국의 모든 공교육을 온 몸으로 이수해 온 나인데, 내 아이가 그렇게 쉽게 공교육을 포기하다니 좀 아쉽기도 했다.

드디어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검정고시를 택하기로 한 우리의 결정이 주위에 알려지자 다들 놀라며 그 이유를 물어왔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 끝없는 경쟁에 뛰어 들어 인생을 보내지 말고 인생을 좀 다르게 살아 보자는 것이었다. 몇 년 뒤에 둘째 아이도 같은 길을 택했다.

친구들과 다른 길을 걷게 된 아이들은 한 동안 친구들이 없어서 외로워했고 스스로 시간관리가 되지 않아 힘들어 했다. 제법 성실하게 공교육을 이수했던 부모인 우리들도 공교육에서 벗어난 아이들을 돕는데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아이들은 공부는 쉬엄쉬엄 했고 남는 시간에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을 하며 3년을 보낸 후, 평범한 대학에 입학했다. 좀 다른 점이라면 국내 대학이 아니라 미국 농촌지역의 주립대학에 진학했다는 것이다. 검정고시를 한 것 때문에 기초학력이 부족하여 학점이 그리 좋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두 아이 모두 졸업을 했다.

“그 때, 우리가 결정을 잘 한 것 같으냐? 후회되지 않냐?”고 언젠가 아이들에게 물어 보았더니 정말 결정을 잘 한 것 같다고 말한다. 사정을 알게 된 친구들도 그런 결정을 한 자기들을 부러워한다며 그때 그런 제안을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한다고 했다.

며칠 전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에 근무하는 교회 성도 분들과 함께 식사하며 교육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들 과도한 업무에 힘들어 하며, 우리나라의 교육의 현실에 대해 심각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할 무렵 에 우리가 했던 고민이었다. 교육계에 함께 몸담고 있던 우리 부부 마저 우리 아이들을 맡길 수 없었던 우리나라의 공교육은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는 듯하다.

교사는 우리나라 학부모와 학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 중의 하나이다.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거쳐 비로소 학교에 발령을 받는다. 그런 대한민국의 교사, 우리 선생님들은 행복하신가? 그 선생님들에게서 교육받는 우리 아이들은 과연 행복한 것인가?

주위의 많은 선생님들이 우리의 교육 현실에 고개를 젓는다. 내 주위의 많은 초·중·고 학생들이 흔들리고 있다. 적지 않은 대학생들이 불안한 장래를 염려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그 현실에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깊은 한숨만을 내쉬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보게 되는 교육계의 민낯은 화장실 문을 막 열고 나오는 여인을 만나는 것처럼 민망한 일이다.

우리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난 후에야 알게 된 그들의 성적은 역시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 부족한 성적으로 그럭저럭 자기 갈 길을 찾아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삶을 보며 우리는 그 때 우리가 내린 그 결정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공교육을 벗어나는 것이 인생을 망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성적이 좀 모자라고 혹 자퇴를 하고 다른 길을 가더라도 그것이 아이들의 인생을 망치는 것도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 좀 더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또 다른 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더 늦기 전에 우리는 모두 다시 한 번 우리의 교육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의 학교, 그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는 우리 부모들은 과연 행복한가? 우리 아이들의 행복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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