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의 추악한 이면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의 추악한 이면
  • 대구신문
  • 승인 2010.03.06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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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5월 볼리비아 출신 미국인 의사인 닐스 안테사나는 예순아홉 살의 나이로 세계 최고봉(8천848m) 에베레스트 정복에 도전했다.

아르헨티나인 산악 가이드와 현지 셰르파(안내인 겸 짐꾼) 2명이 포함된 안테사나 팀은 정상을 밟았으나 안테사나를 제외한 나머지 3명만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유족은 안테사나가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 추적했고, 셰르파들의 증언은 "안테사나가 가지 말라고 다리를 붙잡았으나 뿌리쳤다"와 "안테사나가 이미 숨을 거둬 남겨두고 돌아왔다"로 엇갈렸다.

가이드는 셰르파들이 안테산나를 이끄느라 분투할 때 혼자 앞질러 내려갔다. 캠프로 돌아온 이튿날 가이드의 웹사이트에는 에베레스트 정복을 알리는 글이 올라왔으나 안테사나에 대한 구조 요청은커녕 조난 사실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다. 유족이 연락을 받은 것은 그로부터도 하루가 더 지나서였다.

미국 하트퍼드 쿠런트 기자이자 산악인인 마이클 코더스는 '에베레스트의 진실'(민음인 펴냄)에서 도전정신과 낭만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에베레스트의 추악한 실상을 추적한다.

2004년 직접 에베레스트 등반에 나서 그 과정을 보도하려 '코네티컷 팀'을 꾸린 저자는 팀이 점점 갈등에 빠져들고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혔다.

저자의 텐트와 로프, 산소통들이 사라졌는데 그 일부는 나중에 다른 팀원들의 짐에서 발견됐다.

이들은 다른 팀이 고정시킨 로프와 장비들을 마음대로 쓰면서 다른 팀의 안전을 위한 등반로를 닦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셰르파들은 팀원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 등을 돌렸다. 저자는 정상을 눈앞에 두고 하산을 결정했다.

이에 더해 안테사나의 사연을 듣게 되면서 에베레스트의 현실을 본격적으로 취재한 저자는 상상 이상으로 상업화하고 타락한 세계 최고봉의 모습과 마주친다.

1990년대 후반부터 기초 체력과 수만 달러만 있으면 에베레스트를 오를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낭만을 꿈꾸는 사람들, 단기간에 '세계적인 산악인' 트로피를 얻어내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2007년 한해에만 600명 가까이 정상을 밟았다.

뒤따라 이들을 등쳐먹으려는 사람들도 늘었다.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등반객들을 무리하게 정상으로 이끌어 돈을 벌려는 장사꾼들이 생겼다.

일부는 산소통을 무허가로 충전해 팔았으며, 이 산소통은 흔하게 고장을 일으켜 산악인들의 목숨을 위협했다. 약물 복용으로 등반을 해낼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마약 매매에 나선 사람들도 있었다.

자격이 의심스러운 일부 사람들이 가이드나 셰르파로 나섰다. 저자는 안테사나를 이끈 문제의 가이드가 손님의 사진을 훔쳐냄으로써 에베레스트 정상 정복 경력을 도둑질해 가이드 일을 하고 있다는 증언자를 만난다.

저자는 책의 상당 부분을 구조되지 못한 안테사나의 죽음과 이기적인 팀원들과의 갈등에 할애하지만, 제 한 목숨 건사하기 어려워 조난당한 사람들을 구조하지 못한 등반객들을 무조건 비난하지는 않는다.

저자가 소리 높여 비판하는 대상은 정상 등극이라는 목표에 눈이 멀어 준비 부족 상태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과욕, 이를 이용해 최소한의 인간성을 버리고 돈에만 급급하는 사람들의 탐욕과 범법행위,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당국의 소홀한 감독이다.

저자가 서문에 인용한 최초의 에베레스트 정복가 에드먼드 힐러리가 2006년 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나는 에베레스트 등반을 대하는 모든 사람의 태도가 끔찍한 형태로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그저 그 꼭대기에 오르고 싶어하기만 합니다."

(원제 High Crimes:The Fate of Everest in an Age of Greed)

김훈 옮김. 총 494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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