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안하는 세상
결혼 안하는 세상
  • 승인 2019.03.2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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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리스토리 결혼정보 대표ㆍ교육학박사

한국의 혼인건수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낳지 않는 세상이 온다. 결혼 적령기의 삼십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육아와 내집 마련 등 경제적 이유로 결혼을 기피하고 있다.

세상은 글로벌화되고 정보통신의 발달로 문화적으로는 빠르고 편리한 시대에 산다. 상대적으로 인간의 감성은 무디어지고 결혼도 실리적이고 계산적이다. 남성들도 결혼의 조건을 여성의 직업이나 능력을 중시하며 맞벌이를 원한다. 남성들의 현실적인 바람에 여성들은 경력단절을 두려워하고 결혼도 기피한다. 여성 한 명이 평생에 아이를 낳는 한 명당 합계출산율이 작년에 0.98인데 통계청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초혼 연령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개인의 삶의 질과 자유를 갈망하는 젊은이들의 비혼에 대한 사고가 유행처럼 번져가는 세상이 되었다. 아이를 낳고 육아 교육에다 살림까지 맡아야 되는 여성들의 결혼에 대한 관심도는 남성보다 더 적다. 결혼이 자신의 인생에 자아 성취나 꿈을 실현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고 구속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결혼이라는 제도로 인해 자신이 희생해야 되고 인생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혼을 포기한다.

여성의 사회참여와 경제활동이 활발할수록 여성들의 의식구조나 결혼관도 많이 달라졌다. 정치 사회 교육 경제 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기회균등, 남녀평등 요구의 목소리가 커지고 개인의 능력이나 취향에 따라 직업을 갖는 여성들이 많아졌다. 가부장적이고 유교적인 전근대적 문화에서 현대 여성들의 양성평등의 실현에 대한 의식 또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가지 요인들로 인해 결혼은 더욱 현실과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고학력에 좋은 직장에 다니는 여성들은 자신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과감하게 결혼을 포기한다 또한 남성들은 일자리와 집 장만등 경제적 이유로 결혼을 포기하는 경향이 많은 현실이다.

회원 중에 정말 예쁘고 단아한 여성이 있다. 간호장교에다 일류대학까지 나온 그녀는 가정교육까지 잘 받은 반듯한 여성이다. 삼십 대 중반의 그녀는 그 나이에 누리기 어려운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최고의 연봉에 집까지 마련되어 있다. 부모님은 애가 타서 회원등록을 했지만, 본인은 적극적이지 않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서 올라온 자신의 위치를 결혼 이후 일어나는 출산이나 육아문제로 경력단절 여성이 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걱정스러운 딸이 되지 않기 위해 억지춘향이 격으로 맞선을 보니 결과는 불 보듯이 뻔하다. 부모님도 지쳐서 딸의 눈에 콩깍지가 쓰일 인연이 나타날 때까지 딸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하신다. 주변의 친구 딸들도 다 부모 애간장을 태운다며 세상이 변했으니 어쩔 수 없다고 푸념하신다.

결혼하지 않는 세상은 국가의 미래가 없다. 여성이 일과 직장을 양립할 수 있는 육아휴직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제도적으로는 마련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 당당하게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직장이 많지 않다. 아예 법적으로 육아휴직을 쓸 수밖에 없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선택근무제나 탄력근무제도 선진국처럼 자리잡을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국공립 보육시설도 더 확충하여 안심하고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환경도 시급하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안정된 일자리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결혼을 서두르는 세상, 즐겁게 아이를 낳는 세상이 될 수 있는 묘안을 다같이 짜내야 한다.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가 한국의 저출산과 비혼의 현실을 보고 했던 말이 가슴을 파고든다 “결혼 안 하고 아이를 낳지 않으면, 성장률과 생산성이 떨어지고 재정이 악화되어 집단 자살로 가는 길이다. 이는 북핵만큼이나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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