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갤러리, 야생화x미술작품전
아소갤러리, 야생화x미술작품전
  • 황인옥
  • 승인 2019.03.3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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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순 관장이 직접 기른 분화
절제미 돋보이는 이명미 그림
비운 듯 풍성한 분위기 매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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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순 야생화와 이명미 작.

“아름다운 것끼리 모이면 아름다움이 배가 되는데 꽃과 꽃이 만났으니 말할게 없겠지요.”(조덕순)

“무르익은 봄을 느끼고 싶다면 갤러리 아소로 오세요. 봄 시즌 내내 행복함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이명미)

풀꽃갤러리 아소에서 이심전심 찰떡궁합 전시가 열리고 있다. 갤러리 아조 관장이 겨우내 키워낸 야생화와 서양화가 이명미 작가의 작품이 한 자리에서 소개된다. 야생화와 그림이라는 서로 다른 분야가 꽃을 주제로 한자리에서 뭉쳤다. 갤러리 아소가 개관 이후 꾸준하게 야생화와 미술 작품과의 콜라보레이션(이하 콜라보)을 진행해 왔지만 이번처럼 아소의 정체성인 꽃을 주제로 전시를 풀어낸 것은 흔치않다.

“이명미 작가는 다양한 소재로 작업을 해왔지만 이번 전시에는 꽃으로만 하자고 제안했어요.”(조덕순)

작가 이명미는 의자, 화분, 컵, 집, 동물 등 일상에서 만나는 이미지를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익살스럽게 혼용하고, 화려한 색상으로 구현하며 동화 같은 세상을 표현해왔다. 사실 순수는 아름답기로 지극하지만 깨지기 쉬운 속성도 함께 가진다. 그러나 작가의 화폭 속 순수는 의외로 견고하다. 치열하게 시대정신을 파고들며 고뇌하고 질문한 이후에 마침내 길어 올린 결정체이기 때문. 작가는 보색대비의 강렬한 색채로 70년대 단색화 일색의 분위기에 반기를 들었다.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역사 문화 등의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그 간단치 않은 에너지가 붓끝에 실려있다.

“다쳐도 도전하는 용기가 아방가르드 정신이죠. 제게는 그런 특유의 파이팅이 있고, 시대적인 애감도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정신과 태도가 당대의 박수보다 미래지향적인 작업을 이끄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이명미)

아소 갤러리는 4개의 벽 중 하나를 틔워서 햇빛과 바람과 공기가 순환하고, 연못을 설치해 물도 흐르게 했다. 건물 전체를 노출콘크리트로 마감해 여느 전시장과 차별화했다. 애초에 야생화 전시를 위한 공간으로 설계된 탓이다. 개관 후 미술 작품과의 콜라보를 적잖게 해 왔다. 여느 갤러리와 다른 매력으로 작가들의 관심을 끌었고 조 관장 역시 미술에 대한 조애가 깊어 아소갤러리의 콜라보 전시는 늘 신선함을 안겼다.

이번에 전시된 야생화는 귀륭나무와 바위떡풀, 호주실동백, 산딸나무, 꽃부추 등이다. 그 자태가 하나같이 순수하고 품격이 넘친다. 야생화는 일주일 단위로 교체되고, 이명미 작가의 작품도 새로운 작품이 걸리기도 한다. 조 관장이 “분재가 아닌 분화로 키워낸 꽃들”이라고 했다. “저의 의도보다 식물이 자라고자 하는 방향대로 키우다가 과하다 싶을 때 적절하게 조절해 줍니다.”

존중하고 배려하는 조 관장의 철학은 이명미 작가의 작품에도 관통한다. 이번에 전시된 꽃 작품들에서 비워내고 내려놓은 흔적들이 역력하다.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허물며 간명화하면서도 깊이감은 높였다. 작가가 “점점 갈수록 그림이 재미있어지고 있다”고 했다. “화분도 텅 비워 형태만 표현하고 꽃도 최대한 절제해 그렸어요. 나이가 들면서 비워내게 되었는데 오히려 그러면서 그리는 재미를 더 느끼는 것 같아요.”

이 작가가 “그림이 자연에 밀릴 수밖에 없다”며 탄식하자 조 관장이 “야생화와 꽃을 그린 작품은 동일한 무게로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끼리 함께 하니 안목은 더 높아지지 않느냐”며 응수했다. 아무리 아름다운 그림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당할 수 없다는 이 작가의 탄식에 더불어 사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는 서로 함께 해야 한다는 조 관장의 응수였다. 야생화와 봄꽃 그림이 아소갤러리에서 하나로 어우러지는 전시는 6월29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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