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補身)의 해(解)
보신(補身)의 해(解)
  • 승인 2019.03.3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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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우리집 강아지는 복슬강아지/어머니가 빨래 가면 멍멍멍/쫄랑쫄랑 따라가며 멍멍멍/우리집 강아지는 예쁜 강아지/학교 갔다 돌아오면 멍멍멍/꼬리치며 반갑다고 멍멍멍

김태오가 쓴 시에 정동순이 곡을 붙인 ‘강아지’라는 동요의 전문이다. 86년 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치르면서, 외국인들이 다녀간 직후 ‘한국은 개를 도살하여 잡아먹는 미개한 나라’라고 평한 것을 두고, 온 국민이 ‘달팽이도 요리하는 프랑스’라며 반발한 적이 있었다. 보신탕, 즉 개장국을 즐기지 않는 사람조차, 타국의 편견을 나무라던 것이 당시 국민의 정서였다. 우리를 미개(未開)하다고 표현한 그들에게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던 것이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주거환경이나 먹거리는 물론이고, 의식 수준도 크게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다. 애견카페나 미용실은 물론이고, 애견호텔이나 장의사까지 등장했다. 우스갯소리로 ‘나중에는 강아지와 한방에서 살겠네’하던 것이 현실이 된 지는 이미 오래다.

예로부터 내려오던 문헌이나 속담을 보면, 분명히 개를 일반적인 가축과는 달리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도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영특하고 인간과의 교감을 하는 동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풍산개나 진돗개와 더불어 귀신을 는다는 삽살개에 이르기까지 명견들은 대우가 달랐다. 낮잠을 자던 선비의 곁에서 불이 번지자, 강으로 뛰어든 개가 온몸에 물을 적셔서 주인을 구했다는 이야기는 아직도 미담으로 전해진다. 이렇듯 개는, 노인에게 말벗이 되어주기도 하고, 아이들의 친구로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동물이다.

‘동물보호법 일부개정 법률안’과 ‘축산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두고 동물보호단체들과 육견협회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개는 가축이 아니라 반려동물이니, 식용은 있을 수 없다고 개정안을 추진하는 동물애호가들의 주장은 물론이고, 예로부터 ‘보신탕’이 원기회복에 기여한 바가 크고, 육견업자의 생존권을 위협받는다고 주장하는 반대 측의 의견도 이해는 된다. 이 문제는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닌 듯하다. 현재 해외에서는 개를 식용으로 쓰지 못하도록 하는 트로이카 법안이 도입되는 등 개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에 대한 사육·도살을 금지하는 추세에 있다. 물론 우리가 반드시 그들을 따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개식용을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는 나라는, 국내를 포함한 중국, 베트남 등 3개국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세가 이러하니, 우리도 개를 식용으로 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유기견들이 센터로 보내져도 일정시간이 지나서, 입양이 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안락사’등을 시킬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아직은 개정이 이르다고 판단해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동안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우선 보신탕을 취급하는 식당들은 대체로 도시외곽에 위치하고 있거나, 눈에 잘 뜨이지 않는 곳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식용견들을 사육하는 곳도 일반인들은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식용견들의 위생 상태는 물론이고, 사육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얼마 전, 울타리를 넘어 탈출한 개들이 올무에 걸려 사망한 일로, 업주가 검찰에 송치된 사례도 있다.

현재는 ‘축산법’을 통해 개를 식용으로 사육하고 도축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있다. 실제로 일부 판결에서는 이를 근거로 개 도살 행위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바도 있다. 이른바 트로이카 법안은,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는 ‘축산법 일부개정 법률안’, 동물의 임의 도살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일부개정 법률안’, 음식 폐기물을 동물의 먹이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폐기물관리법 일부개정 법률안’ 등을 일컫는다. 앞서 국민청원에서는 개를 가축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고, 이 청원은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보신탕이 지금은 적법하지만, 개정의 필요성은 예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대표적인 사유는, 도살이나 사육의 방법이 잔인하고 위생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라고 요약될 수 있다. 2008년 7월 15일에 대한육견협회의 창립식에 참석했던 한 교수는 “소나 돼지처럼 개도 똑같은 식품인데, 여러분들이 공격을 받는 이유는 조직이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축협도 가입하고, 축협장도 육견협회에서 나오길 기대한다,”고 전국에서 모인 300여명의 육견업자들을 독려했다고 한다. 여기에서 의식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개나 고양이를 소나 돼지와 같은 시선으로 볼 수 있는지의 여부가 찬반논쟁의 잣대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한발 물러나서 생각해보아도 반려견과 식용견의 구분 정도가 전부다. 먹을 수 있는 개와 먹을 수 없는 개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 건지 필자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지만 말이다. 논쟁이 벌어지면 이성적이고 발전적인 결론에까지 도달하기 위해 심사숙고를 거듭해보아야 한다. 수백 명의 생존문제도 걸려있고, 그보다 더 많은 수의 개와 고양이들의 목숨이 달린 문제니 말이다. 수요가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공급도 사라지는 것이 시장의 원리다. 다만, 보신(補身)할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닌데, 굳이 반려동물까지 섭취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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