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
첫 단추
  • 승인 2019.04.03 21: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순호(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연구소장)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첫 단추를 잘 못 끼운 상태에서 아무리 두 번째 단추, 세 번째 단추를 예쁘게 잘 끼워봤자 소용이 없다. 그건 헛수고에 지나지 않는다. 끼운 만큼 다시 풀어야 하고, 다시 첫 단추부터 끼워야 하는 수고로움만 더해질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하든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첫 단추를 끼우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

목수는 집을 지을 때 기초 석 놓는데 신경을 집중한다. 집이 오랫동안 튼튼히 유지되려면 기초석이 튼튼해야 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석이 평평하고 단단한 땅 위가 아니라, 푸석한 땅이거나 경사가 기울어 진땅에 세워지면 집을 아무리 예쁘게 지어봤자 집은 오래가지 않아서 기울어지고 무너질 것이다. 기초 석을 바로 세우는 일은 집을 짓는데 첫 단추 끼우기에 해당한다.

가족에도 기초석이 있다. 그것은 바로 부부다. 옷에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옷맵시가 엉망이 되고 집에 기초 석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집이 흔들리 듯 부부가 제대로 첫 단추를 잘 못 끼우면 가족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게 된다. 가족이 흔들리면 세상도 흔들리게 되어 있다. 사회의 기초석이 가족이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은 사회적으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사회문제는 사실 깊이 들어가 보면 모든 시작은 가족의 문제에서 시작된 경우라고 여러 사회학자들이 입 모아 이야기하고 있다.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기초 석, 가족이 흔들리면 자연스럽게 사회는 흔들리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회를 바로 세우려면 다시 시작으로 돌아가서 첫 단추, 가족부터 점검해야 하고 그중에서도 부부를 바로 세워야 한다. 부부는 각자의 다리 하나씩을 묶고 3개의 다리로 달리는 2인 3각 달리기와 같다. 혼자서 아무리 잘 달려도 둘이서 다리를 묶는 순간 잘 달리고 못 달리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둘의 문제다. 아무리 한쪽이(남편이나 아내) 달리기를 잘해도 다른 한쪽이 따라가지 못하면 한쪽이 아무리 잘 달려봤자 소용이 없다.

2인 3각에도 요령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보폭을 잘 맞춰야 한다. 보폭을 맞출 때 빠른 걸음의 사람이 느린 사람의 보폭에 맞추는 것이 훨씬 쉽다. 하지만 빠른 사람은 앞서가고 느린 사람이 쫓아가기 바쁘다. 이때부터 부부의 문제는 시작된다. 처음 얼마간은 느린 사람도 따라갈 수 있다. 하지만 이내 지쳐서 쓰러질 것이고 이때부터 관계는 비틀어지게 된다.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빠른 걸음의 한쪽이 자신의 걸음을 늦춰서 느린 걸음의 다른 한쪽에게 맞추는 것이 바로 배려다. 아내 배(配), 생각할 려(慮)로 구성된 배려(配慮)라는 글씨기 바로 걸음이 빠른 남편이 걸음이 느린 아내에게 보폭을 맞추는 모습을 보고 만든 말일 것이다.

2인 3각을 잘하는 두 번째 방법은, 구령을 함께 맞춰야 한다. ‘하나 둘, 하나 둘’서로 구령에 맞춰서 자신의 발을 앞으로 내어야 한다. 발을 묶은 이유로 누구는 하나에 왼발이 나가야 할 것이고, 누구는 오른발이 나가야 할 것이다. 둘의 구호에도 마찬가지다. 각기 다른 발을 내밀지만 똑같은 구령에 발을 내미는 둘인 듯, 하나인 모습이 되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부부는 모습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다르지만 둘이서 함께 앞으로 서로 도우며 한 몸처럼 나아갈 수 있다.

문제가 복잡하고 꼬여 있어서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할지 모를 때, 처음으로 돌아가자. 처음으로 돌아가서 찬찬히 내 삶을 돌아보면 무엇이 잘 못 되었는지 다 보인다.

남편들이여, 아내들이여 자신들의 발에 묶인 줄은 누가 묶은 것도 아니고 자신들이 묶었음을 인정하자. 또한 잘 달리고, 못 달리고도 어느 한쪽의 문제가 아니라 전적으로 둘의 문제임을 인정하자. 첫 단추, 둘의 관계 잘 점검하고 ‘으샤 으샤’ 힘차게 앞으로 달려보자.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