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에 부딪치는 새 - 우리 또한 그렇지 아니한가?
유리창에 부딪치는 새 - 우리 또한 그렇지 아니한가?
  • 승인 2019.04.04 2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만약 우리 인생의 앞길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닥쳐 우리로 하여금 주저앉게 만든다면 도대체 우리는 어찌해야 하는 걸까요?

일전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만 해도 해마다 약 800만 마리의 새들이 투명 방음벽이나 건물 유리창에 부딪쳐 목숨을 잃는다고 합니다. 하루 2만여 마리로서 엄청난 숫자입니다.

이때 떨어져 내리는 새들의 절망감을 어디에다 비유할 수 있을지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폐사한 새 중에는 멸종 위기종인 참매, 긴꼬리딱새도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새들이 사고를 당하는 것은 눈이 머리 양옆에 달려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되었습니다. 그 원인을 전적으로 새에게 덮어씌우는 듯하여 다소 안타깝습니다.

새들의 시력은 사람보다 월등히 뛰어나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이들이 유리창을 알아보지 못하고 부딪치게 되는 걸까요.

새는 다른 동물과 비교했을 때 덩치보다 눈이 매우 큰 편입니다. 그만큼 멀리 볼 수 있으며 자세히 볼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눈이 좋기로 알려진 매는 사람보다 대여섯 배 더 먼 거리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유리창에 부딪쳐 목숨을 잃는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에 가장 큰 이유로 드는 것이 유리창의 반사 효과입니다. 유리창은 맑은 날에는 하늘이나 나무 등 주변 풍경을 거울처럼 비춥니다. 그리하여 새는 유리창에 반사된 모습을 마치 실제처럼 받아들이고 날아오다 낭패를 당하고 만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로는 앞서 말한 대로 눈의 위치 때문이라고 합니다. 올빼미나 부엉이 등 일부 새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새들은 눈이 머리 양옆에 붙어 있습니다. 오른쪽 눈으로는 오른쪽에 있는 물체를, 왼쪽 눈으로는 왼쪽 물체를 봅니다. 눈이 각각 다른 곳을 보고 있어서 시야는 넓지만 입체감, 거리감을 파악하는 기능은 떨어진다고 합니다.

올빼미나 부엉이는 사람처럼 눈이 얼굴 앞쪽에 몰려 있어 유리창에 거의 부딪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람이 한쪽 눈을 가리면 거리 감각이 부정확해지는데, 새들은 늘 그런 상태로 하늘을 나는 것입니다.

또한 새는 하늘을 비교적 빠른 속도로 날아서 이동하므로 뒤늦게 유리창을 알아채더라도 날고 있어서 급히 방향을 바꾸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니 적당한 속도가 중요한 것입니다.

눈(眼)은 진화의 최종 단계에서 그 형태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눈은 스스로 보기 위한 도구이기도 하지만 자기의 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어 보여주는 도구입니다.

모든 생명체가 다 그러하듯 새의 눈도 자신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진화해 왔습니다. 그래서 가만히 서 있는 물체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먹이를 찾고, 자신을 위협하는 포식자를 알아채기 위해서는 이런 능력이 더 필요하니까요. 그러다 보니 복잡한 문명의 산물 앞에서 어처구니없는 충돌 사고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새가 유리창에 충돌하는 걸 막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되고 있습니다. 비교적 유용한 예방법은 유리창 전체에 불투명한 스티커를 붙여 반사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지만 이 방법은 채광(採光)이나 미관(美觀) 등에 문제를 가지고 있으므로 드문드문 스티커를 붙이는 방법을 많이 쓴다고 합니다.

고속도로 나들목의 투명한 플라스틱 벽에 검은색 독수리 모습의 스티커가 붙여져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하겠습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법으로 이렇게 한 결과 피해를 약 80% 정도 줄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새들의 충돌을 보면서 우리 또한 한눈으로만 세상사를 왜곡하고, 또한 너무 빠른 속도로 내달리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하나의 눈으로 한쪽만 보는 단안시(單眼視)의 경우 필연적으로 오해와 편견을 가져오게 됩니다. 두 눈으로 하나를 자세히 보는 양안시(兩眼視)의 지혜를 길러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분수에 맞는 적당한 속도를 지녀야 하겠습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