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시아 꽃이 하얗게 피어오른 오월
그 분은 가셨다
빛은 투명하고 밝게 빛나는데
자두 밭의 자두 열매는 가지가 휘도록 정신없이 달렸는데
바람 불어와 코끝을 간질이는 향기
삶이 아름다운 건 죽음이 있기 때문인가
추억과 함께 버무려진
우리의 사랑 그리고 꿈
모든 기억을 송두리채 거부하고
뚜벅 뚜벅 영원을 향해 서둘러 떠나버리는 것
서산에 해가 아직도 걸려있는 어스름 녁
낮달도 서둘러 떠올라
말없이 비쳐주고 있다
◇박영미= 경북 청도 출생. 2007년 <사람의문학>으로 등단. 시집 <거룩한 식사>
<해설> 5월에 돌아가신 동네 어르신 상여를 맨 적이 있다. 그 때 상여 앞에서 요령잡이의 소리가 가슴을 아리게 했다. 하늘은 파랗고 꽃은 피는데 어찌 저승에 갈꼬 하던 소리는 문득 깨닫게 하는 말이었다. 귀하지 여기지 않았던 이 푸른 하늘과 흐드러진 꽃과 새소리, 흙내음을 더 이상 보지도 듣지도 맡지도 못하니 이승의 삶이 어찌 귀하지 않을까? -김연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