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 증발로 나무 고사 위험
잿더미는 바다 유입 가능성도
지난 주말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화재로 산불 피해지역에 대한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화마가 지반을 휩쓸면서 토양 접합력이 떨어지고 장마철 산사태 등 위험성이 커지게 된다는 진단이다.
지난 4일 강원도 고성·속초 등 동해안에서 축구장 7천140㎡의 742배에 달하는 산림 530㏊와 주택 401채가 불에 탔다. 지난 6일에는 대구 수성구·달성군, 경북 영천 등에서 산불이 연달아 발생하기도 했다.
산림 전문가들에 따르면 산불 발생지역 산림은 토사 유출 방지기능이 130배 정도 떨어져 2년가량 토양 유출량이 매우 많은 수준에 이른다.
또 수분 저장기능은 절반으로 감소한다. 산불 흔적인 재가 지표면에 2∼3㎜가량 쌓여도 불투수층을 형성해 수분이 토양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차단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가 뜨면 지표면 온도를 상승시키면서 토양 수분 증발을 가속한다.
불길이 순식간에 지나간 지역의 산림은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지만 화재 당시 지표면 온도가 300℃ 이상 올라 흙 속 수분과 토양 양분이 거의 소실된다. 멀쩡히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나무도 1~2년 안에 고사할 확률이 높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토양 접합력이 저하되면 작은 호우에도 극심한 토사유출이 일어나 홍수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에 동해안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지난 2000년 4월 7~15일 발생한 동해안 대형 산불과 유사하다. 당시 고성 토성·현내 2천696㏊, 강릉 사천·석교 1천447㏊, 동해 북평·삼화 2천224㏊, 삼척 근덕·미로 1만6천751㏊ 등 동해안 4개 시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나 2만3천138㏊가 불에 탔다.
이후 강원도에서 2002년 태풍 루사로 인한 산사태 발생지역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2000년 4월 산불이 발생했던 곳이었다. 화재 발생 후 2년이 지났지만 자생력을 갖추지 못해 토사 유출이 심각했던 것으로 보고됐다.
한편 동해안 어민들은 연안 어장 피해를 걱정하고 있다. 산을 태우고 남은 재가 빗물에 쓸리거나 바람을 타고 바다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바다 속 부유물질이 많아지게 되면 물고기의 1차 먹이인 플랑크톤 광합성 작용이 방해를 받아 해양 생태계가 파괴된다.
한지연기자 jiyeon6@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