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 따라 흐르다
되돌아온 고향은
짧은 세월에도 뭉개지고 허물어져
아득한 상류 그쯤에 기억만 뭉쳐 있다
아무리 발돋움해도 거스를 수 없는 물길
있어도 없는 실체
없어도 남은 과거
고향은 물 속에 잠긴 가슴 속 아지랑이
◇서태수=《시조문학》천료, 《문학도시》 수필, <한국교육신문> 수필 당선, 수필집 『조선낫에 벼린 수필』 외, 낙동강 연작시조집 『강이 쓰는 시』 외, 평론집『작가 속마음 엿보기』, 낙동강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부산수필문학상 외.
<해설> 우리에게 고향이란 무엇인가. 우리의 고향은 어디인가. 아니, 현대인에게 고향은 실존하는가. 객사한 시신은 집 안으로 들이지 않고 울타리 외각에 안치했던 시절의 고향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끈을 놓아서는 안 되는 탯줄이었다. 그래서 타향살이는 설움이었다. 현대는 개발로 인하여 고향에 남아 있는 것은 아련한 그림자뿐이다. 설령 오래전의 옛 모습 그대로를 보전하고 있는 전통 마을일지라도 그 내면은 이미 우리가 가슴 속에 향수로 간직한 그 고향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객지에 살든 안태본에 살든, 고향은 이미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허상의 공간으로 변했다. 고향은 세월의 물결 따라 어른거리는 마음 속 아지랑이다.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