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기를 포기하면 -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가
날기를 포기하면 -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가
  • 승인 2019.04.1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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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새들이라 하여 모두가 날아다니는 것은 아닙니다. 펭귄, 타조, 닭, 화식조, 에뮤 등은 날지 못합니다. 이들처럼 많은 새들이 날기를 포기하였습니다.

이 새들이 날기를 포기했다면 무엇을 얻기 위해서였을까요?

펭귄은 보다 쉽게 먹을 것을 구할 수 있는 차가운 남극 땅으로 모여들었을 것입니다. 이곳에서는 잠수만 하면 크릴새우와 같은 입에 맞는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구태여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높이 날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펭귄은 점점 날기를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물개로부터 자신과 새끼들을 지키는 일, 영하 삼사십 도의 눈 속 추위를 이겨내는 일 등 힘든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우선 천적들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움직임을 잘 관찰해야 했습니다. 그리하여 펭귄들은 몸을 세워서 사람처럼 걷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야만 좀 더 멀리 볼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하여 천적을 피하고자 무리를 지어 일제히 바다에 뛰어들고 또한 일제히 얼음덩이 위로 올라와야 했습니다. 이 일은 매우 힘든 일이었습니다. 자칫하면 미끄러져 다시 곤두박질치기가 일쑤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열에서 떨어져 천적인 물개를 만나게 되면 필사적으로 헤엄을 쳐야 하였습니다. 펭귄은 점점 날기보다는 헤엄을 더 빨리 치는 새로 변해야만 하였습니다.

그리고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지방질을 몸에 많이 저장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몸이 뚱뚱해졌습니다. 몸이 뚱뚱해지다 보니 걸음걸이 등 몸동작도 이상해졌습니다.

이처럼 펭귄은 점점 날기를 포기한 대신 여러 가지 변신을 거듭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일반 새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모습들을 포기하여야만 하였습니다.

만약 날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물개들의 공격을 받았다 하더라도 푸드덕거리며 날아올라 그 위기를 좀 더 빨리 면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타조도 마찬가지입니다. 날지 않으니 몸무게는 점점 늘어났습니다. 그리하여 육중한 체구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또한 깃털은 사라지고 어느새 몸에는 양털 같은 솜털이 솟아났습니다.

날기를 포기한 대신 먹이는 좀 더 쉽게 구할 수 있었으나 여러 위험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적을 만나면 정신없이 내달려야만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두 다리가 튼튼하게 발달하였습니다. 그래서 사람에게 붙잡혀 말처럼 사람을 태우고 달려야 하는 수모까지 당하게 되었습니다. 또 우리 속에 갇혀서 사람들이 주는 모이로 연명하다가 식당으로 팔려나가게도 되었습니다.

타조는 자기의 목숨을 지키기 위하여 목을 길게 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커다란 타조의 알들은 다른 동물의 좋은 먹잇감이 되었습니다. 자기가 낳아놓은 알을 지키기 위해서도 늘 목을 길게 빼고 지켜보아야만 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오늘날처럼 길쭉한 목에 굵은 두 다리를 가진 타조 모습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눈동자도 크게 키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신 그 눈동자에 가득 불안과 슬픔을 담게 되었습니다. 새들의 눈에서 웃음을 찾아볼 수 없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다윈은 말했습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고,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다.”

그렇습니다. 새들은 날기를 포기한 결과로 그 뒤 끊임없이 삶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변형하여야만 하였습니다. 이 적응에는 혹독한 시련이 따랐습니다. 삶의 방식을 바꾼데 따르는 당연한 시련입니다.

삶에서 타협을 선택하면 그만큼 고통이 따른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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