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선 왜 진지해야 하죠?… 웃는얼굴아트센터 공병훈展
미술관에선 왜 진지해야 하죠?… 웃는얼굴아트센터 공병훈展
  • 황인옥
  • 승인 2019.04.2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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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정장은 권위, 꽃은 사랑…
세상의 고정관념에 의문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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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착화, 고정관념화 된 것들에 의문을 던지는 공병훈 작가가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위적인 ‘보스’와 수평적 ‘리더’ 중에서 어떤 우두머리가 될 것인지에 대한 당신만의 좌표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작가 공병훈이 출입구 쪽 벽에 걸린 고풍스러운 의자 그림을 가리키며 진정한 리더가 부재한 시대를 꼬집기 시작하더니 꽤 긴 시간을 할애해 평소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들을 고구마줄기 캐듯 엮어냈다. 정장 윗도리 그림 앞에서는 “멋진 정장을 걸친다고 지위가 높아지는 것도 아닌데 사회통념이 그러니 저항 없이 입게 된다”고 하고, 꽃 그림을 보고는 “요즘 사람들의 사랑법”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꽃을 사랑에 투영한 것. “사랑조차도 조건을 보고 결정하는 세태가 안타까웠어요.”

작가가 중학교 때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했다. 떡잎부터 달랐던 기질에 대한 이야기였다. 당시 선생님의 권유로 전시장을 자주 찾던 그가 전시장 방문 횟수가 늘어갈수록 의문 하나가 형태를 갖춰갔다. “왜 전시장은 엄숙하고 진지해야만 하는가?”라고. 그때는 청소년기의 가벼운 치기(稚氣) 정도로 넘겼지만 작가라는 이름을 얻게 되자 고전명화와 애니메이션 캐릭터 피규어를 접목하거나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 미국 만화 캐릭터 스머프를 예수와 열두제자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당시의 의문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시작했다.

“고상하고 엄숙한 고전과 가볍고 친숙한 현대의 캐릭터를 접목해 미술이 엄숙하고 진지하지 만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어요.”

공병훈을 토양에 비유하면 비옥하다.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인 시대에 대한 냉철한 성찰과 비판의식을 가졌다. 그렇다면 매의 눈 공병훈의 그물에 걸리는 문제들은 어떤 것들일까? “고정관념으로 굳어진 것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다르게 생각하기를 시도해요.”

작가는 인간은 애초에 자유의지와 개별성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교육과 암묵적 또는 직접적 강요에 의해 획일화, 고정관념의 터널 속으로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시도한다. 이를 통해 굳어진 인식체계에 작은 파장을 일으킨다. 그가 돌잡이 의식을 예로 들었다. “태아 상태 일 때는 백지였지만 돌잡이 의식에서 몇 개의 물건을 두고 잡게 하는 순간부터 세상이 만든 틀 속으로 들어가게 되죠. 유아기부터 획일화나 고정관념으로의 초대가 시작되는 거죠.”

선 문제의식, 후 시각적 구현이다. 질문이 먼저이고, 재료 찾기는 그 이후에 진행된다. 이때 가장 대중적인 이미지들이 재료로 선택된다. 무거운 주제일수록 가볍게 풀어야 한다는 중학교 때 가졌던 문제의식이 익숙하고 편안한 재료로 연결됐다. 색채 선택 기준도 ‘주제를 얼마나 부각할 수 있는가’에 맞춰진다.

“여러 이야기를 섞지 않고, 하나의 이야기에만 집중해서 풀어내려 해요.”

기준이 확고하면 기준에 함몰되는 것은 차치하고 함몰되고 있는 자신조차 발견하지 못하게 된다. 이것은 큰 불행이다.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야 최소한 무엇이 문제인지 정도라도 인지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좀 더 노력하면 세상의 변화도 이끌 수 있다. 작가가 원하는 것도 이런 상태다. 그러나 표현법은 늘 농담처럼, 때로는 말랑말랑한 젤리처럼 쉬운 방식을 고수한다.

“나로부터 시작된 질문은 결국 사회의 질문과 연결되게 되죠. 저로 시작된 질문이 관람객으로 확장되고 더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은 파장이 되면 더없는 행복이겠지요.” 한승훈과 함께 참여하는 웃는얼굴아트센터 2019 가정의 달 특별기획전1 ‘인형의 꿈-공병훈, 한승훈’전은 5월 10일까지. 053-584-872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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