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마약
돈과 마약
  • 승인 2019.04.2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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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주부)
나이가 먹는 만큼 지혜로워지고 욕심을 버리고 싶다. 끝을 알 수 없다면 끝없는 욕망으로 삶을 살아갈 수도 있겠지만, 너무 어린나이에 삶의 끝을 보앗다. 꿈인지, 상상인지 착각인지 너무나 생생한 장면이었다. 낡고 딱딱한 병원침대, 하얀 침대보위에 은발머리의 홍희가 누워있었다.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몸이 많이 아프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이 바로 종말을 맞이하는 순간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열두살에 본 자신의 종말. 갈 때는 빈 손이라는 말처럼 그녀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었다.

그때부터인가. 홍희는 삶을 의미있게 살다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의미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사춘기가 되면서 그러한 의문은 깊어졌고, 답은 쉬 찾을 수 없었지만 홍희가 나름대로 생각한 의미는 물질적인 풍요는 아니었다. 자신의 행위가 자신뿐이 아니라 남을 이롭게 하고, 세상이 좀 더 나은세상으로 변화하는데 조금이라도 기여를 하는 것 같았다.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못한 부모님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직장생활을 해야 했다. 의미보다는 생계해결이 먼저 였다. 여성의 모성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지만, 30세가 넘으니 저절로 모성본능이 생겼다. 더 늦기전에 아이를 낳고 싶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생명의 탄생. 단순히 생물학적 현상이라고 하기엔 참으로 경이롭고 의미있는 일 같앗다.

열 두 살부터 꿈꾸던 의미있는 삶보다 살아가면서 돈이 없는 고통과 반대로 돈이 주는 행복도 결코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돈이 없어서 하고 싶은 것도 하지 못하고, 가고 싶은 곳도 가지 못하고, 가지고 싶은 것도 가지지 못한다. 스트레스를 유발시키는 많은 일들이 마음 먹기에 달린 것이 많지만, 돈과 연결된 것들이 많다. 반대로 지금보다 조금만 더 돈이 있어도 행복하다. 아이를 영어,수학 학원보내고, 사달라는 책, 옷, 먹을 것 사줄수 있고, 소형 중고차를 사서 엄마에게 가고, 아이들 태워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돈이 좀만 행복할 일들이 수두룩하다. 그래서 오늘도 나와 가정의 행복을 만드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라고 여기며 직장생활을 한다.

그런데 돈이 아주 많은 재벌3세들과 유명한 연예인들의 마약소식이 들려온다. 특정 국회의원, 정치인들에게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이러한 사건을 공개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공개를 하건 안 하건, 경찰이 조사를 했건 안 했건 중요한 것은 그들이 마약을 했다는 것이다. 왜? 돈만 좀더 있어도 행복한 일이 많을 것 같은 홍희다. 돈이 홍희보다 월등히 많아 행복할 것 같은 그들은 마약을 할까? 돈이 주는 행복을 그들은 모르나, 아니면 돈이 주는 행복감을 너무 누리다보니 그 행복감을 느낄 수 없어서 더 큰 행복감을 주는 마약을 한 것인가? 마약이 주는 쾌락은 매우 강렬해 뇌가 그때의 쾌감을 뚜렷이 기억한다고 한다. 뇌에는 보상회로가 존재해서, 마약복용후 기분이 좋아졌다면 마약에 의한 쾌락이 보상으로 작용해 재강화 기전을 일으킨다고 한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처럼 돈이 가져다줄 수 있는 행복감도 한계가 있을 것인가? 돈만 있으면 지금보다 더 많은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은 홍희다. 돈이 가져다 주는 행복감에 한계가 있어 더 큰 행복을 느끼고 싶다면 의미있는 삶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면 좋지 않을까? 분명 마약보다 더 큰 행복감을 줄 수 있는 일들이 있을 것이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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