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자 회복 힘쓰고 공급자 처벌 강화해야”, 이향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장
“중독자 회복 힘쓰고 공급자 처벌 강화해야”, 이향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장
  • 장성환
  • 승인 2019.04.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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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 무관 노출되는 경우 허다
관련 제도 개편 속도 너무 느려
단계별 예방 교육시스템 구축
사회적 논의 통한 법 개정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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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 본부장이 지난 21일 오후 2시께 대구 수성구 황금동의 사무실에서 마약 문제가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며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성환기자

 

일상으로 파고든 마약, 그 은밀한 유혹 ⑤ 누구나 중독될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이 마약 문제에 대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데 최근 많이 사용되고 있는 식욕억제제, 수면제, 신경안정제 등이 모두 마약류입니다. 이미 마약은 우리 일상 속에 들어와 있습니다.”

이향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 본부장은 마약 중독이 뉴스에서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현실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약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던 이 본부장은 지난 2003년 당시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일하던 이재규 본부장의 제안으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1992년 설립된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는 마약 등 약물 중독자들의 치료·재활과 약물 중독 예방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2시께 대구 수성구 황금동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이 본부장은 최근 논란이 된 버닝썬 사태가 젊은 층의 마약에 대한 인식 약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약 빵, 마약 김밥 등 일상에서 마약이라는 단어가 익숙하게 사용될 정도로 용어에 대한 저항감이 없어지고 있다”며 “게다가 젊은 층이 선망하는 대상인 연예인들이 마약 문제로 이슈가 되면서 마약을 몸에 해로운 게 아닌 특별한 물질로 여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명 물뽕으로 불리는 GHB와 엑스터시 등 신종 합성마약은 워낙 종류가 많아 정부에서 마약으로 지정하기도 전에 대량으로 유통돼 그 문제가 심각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본부장은 “이러한 신종 마약의 경우 기존 마약보다 훨씬 중독성이 강하고 부작용도 예측할 수 없어 위험하지만 법과 제도가 마약이 퍼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인터넷에서 신종 마약을 다이어트 식품이나 피로회복제로 속여 판매하거나 공급자가 테스트를 위해 무료로 나눠주기도 해 일반 국민들의 피해가 막심하다”고 걱정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신종 합성마약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투약되는 마약은 단연 ‘필로폰’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이 전쟁에 활용하기 위해 만든 필로폰은 강한 중독성과 각성 효과를 가지고 있어 당시 군인들과 노동자들에게 피로회복제로 널리 보급됐다. 이에 따라 그 무렵 일제 치하에 있던 우리나라에도 국민들 사이에 필로폰이 깊숙이 자리 잡게 돼 아직까지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필로폰을 사용하면 오랜 시간 잠을 자지 않아도 피로감을 느끼지 못하는 등의 효과가 있으나 환각·망상·정신분열 등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리게 된다. 대부분의 마약류가 이와 비슷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이 본부장은 마약이 서울 등 특정 도시에서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대구지역의 사례를 소개했다.

“20대 후반의 평범한 여성이었던 A씨는 우연히 화장품 방문 판매원과 친해지게 됐는데 어느 날 그 판매원이 피부에 좋다며 한 음료를 권했다고 하더라고요. A씨는 아무 생각 없이 그 음료를 마셨는데 알고 보니 그 안에 마약 성분이 들어 있었던 거죠. 그 뒤 A씨는 마약에 중독됐고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의 교육 프로그램을 받게 됐어요. 이렇듯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중독될 수 있는 게 마약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마약 중독자들이 사회로부터 받을 수 있는 도움은 미비하다. 이들을 받아주는 병원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의 전문가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본부장은 마약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만큼 법과 제도를 정비해 마약 예방 교육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치권이 마약 문제를 덮어놓고 외면만 할 게 아니라 사회적 논의를 거쳐 법과 제도를 정비해 나가야 합니다. 특히 마약 예방 교육이 중독 단계별로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화하고 이를 위한 인력을 양성하는 등 중독자 회복에 힘쓰는 게 중요합니다. 또한 앞으로는 중독자가 아닌 공급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이향이 본부장은 마지막으로 “특별한 사람만 중독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중독될 수 있는 게 마약”이라며 “마약 문제가 우리 주변의 현실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시민들이 마약 문제의 예방과 대책에 관심가져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장성환기자 s.h.jang@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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