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문 여는 법은 배워도 문 닫는 법은 배우지 못하는 이유
고양이가 문 여는 법은 배워도 문 닫는 법은 배우지 못하는 이유
  • 승인 2019.04.2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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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숙 시인
유치원 교사인 그녀는 딸의 생일날 아침, 생일상 차려 줄 테니 친구들을 초대해 오라고 했단다. 친한 친구 몇 명, 겨우 데리고 올 줄 알았던 아이의 등 뒤로 수박 넝쿨 따라오듯 줄줄이 스무 명가량의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고 한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 편부모 가정의 아이, 할머니랑 사는 아이, 따돌림 당하고 있는 아이 등, 일일이 반마다 돌면서 챙겨 왔다는 것이다.

엄마를 향해 해맑게 웃어 보이며 ‘엄마 나 잘했지?’ 하는데 칭찬은커녕 말문이 막혀 아무런 말도 해 주지 못했다고 한다. 대견하고 상을 줘야 할 일이었음에도 왠지 걱정부터 앞서더라는 것이다.

이케가야 유지가 쓴『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63가지 심리실험』‘뇌 과학 편’ 제1장 ‘생각하는 뇌 생각하는 나’의 첫 번째 꼭지는 고양이가 ‘문 여는 법’은 배워도 ‘문 닫는 법’은 배우지 못하는 이유로 ‘교육’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에 따르면, 교육에는 크게 2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훈육으로 행동을 제약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발성을 길러 행동의 적극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원숭이나 고양이 같은 동물의 ‘문 열기’와 ‘문 닫기’를 통해 ‘훈육에 의한 교육’과 ‘자발성에 의한 교육’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서 훈육 없이는 진정한 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말한다.

외출할 때 현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을 들어 보이며 어린아이는 말할 것도 없고 원숭이나 고양이 같은 동물조차 문 여는 방법을 쉽게 배울 수 있을 만큼 ‘문 열기’는 자발성만으로도 충분히 발생한다는 것이다. 일일이 가르치지 않아도 사육사나 주인의 행동을 관찰한 뒤 ‘문 열기’라는 행위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실천에 옮긴다고 한다.

또한 원숭이나 고양이 같은 동물은 문을 여는 행동은 쉽게 배우지만, 문을 닫는 행동은 왜 배우지 못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도 적고 있다. ‘문 열기’는 누구나 자연스럽게 몸으로 익힐 수 있는 행동이지만, ‘문 닫기’는 사회적 합의, 즉 예의범절에 속하는 행동이며 장난감을 가지고 논 다음 정리하는 행위나 식사 후 이를 닦는 행위 같은 것들처럼 뇌에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지 않은 부자연스러운 행동이자 훈육을 통해 배우고 익혀야 하는 행위라 말한다.

이러한 행위를 몸에 익히는 과정에서 ‘자발성’에만 의지할 수는 없으며 반드시 적절한 ‘훈육’의 2가지 방법으로 ‘강화(상, 당근)’와 ‘약화(벌, 채찍)’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버드대학교 로버트 윔슬리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나타난 ‘입체미로 통과 실험’을 통한 결과는 인간 본성에 관한 날카로운 통찰력에 무릎을 탁, 칠만큼 감탄한 실험이라 한다. 연구팀은 65명의 대학생에게 비디오게임으로 입체미로 통과하는 연습을 하게 한 후, 어느 정도 연습한 내용을 기억하고 있는지 3가지 조건을 두어 테스트하게 된다. 첫째, 과제에 성공할 때마다 합당한 보수를 지급하고 둘째, 일정 금액의 보수를 먼저 지급하고 이후 과제에 실패할 때마다 보수를 줄인다. 셋째는 성공 보수를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실험 결과, 첫째 그룹이 가장 우수한 성적을 얻었는데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결과로 ‘강화’만 적용한 훈련이 성취도 면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것이다. 2등은 ‘강화와 약화를 조합한 훈육’이라 할 수 있고, 3등은 칭찬 없이 질책과 꾸중만으로 훈육하는 ‘약화’만 사용한 훈련으로, 이 경우엔 학습 효과가 거의 없으며 효과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벌’보다 ‘상’이 학습에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이다.

참 배움은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얻는 것이라 믿는다. ‘삶으로 가르치는 것만 남는다’는 김요셉이 쓴 책처럼 우리는 무엇이든 삶으로 가르쳐야 하는 것은 아닐까. 감꽃 피기를 기다려 감나무 아래 서서 스스로 되물어 보는 사월이다. 혹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 원숭이나 고양이가 문을 닫는 모습을 본 적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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