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미용실',“돈 벌기보다 취미·봉사같은 미용”
'수미미용실',“돈 벌기보다 취미·봉사같은 미용”
  • 이아람
  • 승인 2019.04.2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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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인상에도 싼 가격 유지
20년 넘도록 같은 자리 지켜
70 넘은 나이에 삶의 즐거움
구청 지원 덕 ‘착한업소’ 가입
사이트 보고 멀리서도 찾아와
매일 고정 예약 고객도 있어
이발
오명숙(여·71) 수미미용실 사장이 한 손님의 머리카락을 잘라주고 있다.

 

착한가격 이 업소, 달서구 성당동 ‘수미미용실’

 

“파마 2만 원.”

10여년 전 학생 할인 등을 받아야 겨우 가능했던 금액이다.

파마 외 커트·드라이 8천 원, 염색 2만 원 등이 적힌 가격표를 보면 이곳은 시간이 멈춘 듯한 위화감이 느껴진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자영업자의 몰락 등 시끌벅적한 경제이슈가 ‘수미미용실’만은 비켜간 듯하다.

오명숙(여·71) 사장은 1998년 2월 성당중학교와 옛 남중학교 사잇 골목에 수미미용실을 차리고 나서 2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앞서 남덕교회 맞은편에서도 10년 가까이 일했다. 미용사 경력만 30여 년에 달하는 베테랑 미용사다.

인터뷰 중에도 시종일관 여유 있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던 그는 “돈을 버는 데는 큰 관심이 없다”고 했다. 70이 넘어서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그 자체에서 삶의 즐거움과 감사함을 느낀다는 것.

오 사장은 “이제는 돈을 버는 재미보다 취미나 봉사같이 미용 일을 하고 있다”며 “그래도 꾸준히 찾아주는 동네 단골 덕에 이 나이에도 한 번도 자식에게 용돈을 받은 적이 없다. 오히려 내가 줄 정도다”며 뿌듯해했다.

이어 “미용 가격을 적어놓긴 했지만 고객 상황에 따라 가격은 유동적이다. 또 미용 가격을 올릴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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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서구 성당동에 있는 수미미용실 전경.

수미미용실은 1990년대 개업 당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낡은 인테리어지만 자꾸만 정감이 간다. 가지런히 정돈된 손때 묻은 미용기구들이 그의 실력을 짐작게 한다. ‘중간 경로당’이라는 별명도 있다. 굳이 돈을 내고 머리를 하지 않아도 익숙한 얼굴들끼리 마주앉아 편하게 차 한잔할 수 있는 곳이어서다.

그는 “동네에 경로당이 있긴 하지만 여기는 머리도 할 수 있고 수다도 떨 수 있으니 여자 어르신들 전용 경로당처럼 됐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오 사장에 따르면 착한가격업소는 2012년 6월 우연히 들린 구청 직원의 적극적인 홍보로 가입하게 됐다.

그는 “초반에는 귀찮은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으나 지금은 수건, 시계, 쓰레기봉투 등 구청의 적극적인 지원에 가입한 것을 매우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흡족해했다.

착한가격업소 사이트를 통해 문의 온 고객도 여럿 된단다.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일부러 수미미용실을 찾아 이용한 고객도 있다.

특히 2만 원의 착한 파마는 하루 한두 명은 꾸준히 예약할 정도로 인기다.

어릴 적부터 손재주가 뛰어나 미용일을 시작하게 됐다는 오 사장은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또 지금의 경력을 갖기 까지 수많은 사람을 맞이하며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했던 간접경험들이 매우 뜻깊은 경험이 됐다고 표현했다.

오 사장은 “70대에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고 돈 쓰는 데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자신을 당당하게 만든다”며 “미용 일은 내가 힘닿는 데까지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계속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수미미용실 주소: 대구 달서구 야외음악당로9길 37(성당동 420-2 46호), 휴무: 화·토요일, 문의: 053-656-6053.

이아람기자 ara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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