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을 횡단하는 새 - 무엇이 그들을 날게 하는가?
대륙을 횡단하는 새 - 무엇이 그들을 날게 하는가?
  • 승인 2019.05.02 21: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탐조(探鳥)는 새를 관찰하면서 자연의 신비를 알아가는 귀한 취미입니다. 새들의 소리, 행동, 번식, 이동 등을 관찰하고 그 모습이나 위치 등을 영상 또는 문서로 기록하는 일련의 과정으로서 이를 통해 삶의 지혜를 얻고자 하는 높은 수준의 정신 활동입니다. 또한 자연과의 합일(合一)을 꿈꾸는 숭고한 활동이기도 합니다.

탐조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은 관찰(觀察)입니다. 관찰은 비교하고 대조하는 가운데 깊이 생각하여 그 본질을 파악해 나가는 심도 높은 활동입니다. 이를 통해 사물을 이해하고, 특징을 구분할 수 있으며, 주변과의 관계를 학습하는 인간의 기본 행동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관찰은 수단이기도 하지만 목적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탐조를 birdwatching, birding이라 하고, 이에 따라 새를 관찰하는 사람들을 birdwatcher 또는 birder라고 부릅니다. 탐조는 18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시작되어 미국과 일본 등으로 확장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부터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탐조에 몰입하는 사람은 더러 희귀한 새가 나타났다고 하면 현장에서 며칠간 밤을 새워가며 관찰하기도 합니다. 최근 아름답고 신비로운 새의 생태 사진을 많이 볼 수 있게 된 것은 오롯이 이들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타이완과 싱가포르 등지에서는 탐조 활동을 생태관광과 연계시켜 활성화하고 있기도 합니다.

영국에서는 탐조를 통해 세계의 기후와 농업작황 등 여러 상황을 짐작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영국 북웨일즈를 비롯한 콘월, 데번 지역 등에는 노천광산이 많아서 곳곳에 석탄이나 구리 원석 등이 흩어져 있습니다. 그 원석 더미 사이로 넓은 웅덩이가 자연스레 생겨나고, 계절이 바뀜에 따라 이 웅덩이에는 물이 고이게 되는데 이곳을 지나가던 새들이 쉬어가려고 떼를 지어 내려앉는다고 합니다. 얼핏 삭막하기 쉬운 노천 광산 지대에 약동하는 낯선 생명체가 날아드니 이곳 사람들은 여간 반갑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탐조를 하게 되는데 어떤 종류의 새가 모이는지 어디에서 무엇 때문에 날아왔는지를 추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곳을 찾아오는 새들 중에는 거의 지구 반대편이라 할 수 있는 극동 시베리아 지역에서 날아오는 새들도 있다고 합니다. 도대체 새들은 어떻게 하여 그 먼 거리를 날아올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서 사람들은 많은 가설을 내어놓고 있습니다.

첫째는 기류의 흐름을 탄다는 것입니다. 낯설지만 새로운 바람을 따라 날아간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곳에는 새로운 먹이와 보금자리가 있겠지요. 또한 아늑한 기후도 있을 테고요.

둘째는 밤하늘의 별자리를 보고 방향을 잡는다는 가설입니다. 해마다 더 좋은 삶터를 찾아 별을 보고 방향을 잡는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지력(地力)을 따른다는 것입니다. 땅의 기운이 이끄는 대로 생활의 최적지를 찾아간다는 가설입니다. 지력은 자력(磁力)과도 깊은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 밖의 다른 가설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가설들은 당사자인 새들에게 들어보지 아니하고서는 증명될 수 없습니다. 어쩌면 이 모든 가설들이 모두 통합되어 작동되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새들이 찾아오는 곳에 먹을 것이 없거나 기후가 맞지 않으면 그 수도 적게 온다는 것입니다. 먹을 것이 많으면 많이 모이고 적으면 그 양만큼만 새들이 모인다는 것입니다.

새들의 어떠한 본능이 이처럼 신비로운 삶을 살게 했을까요? 어쩌면 새들의 생애과업(a life task) 가운데에 지구 몇 바퀴를 돌도록 되어 있지는 않은지 궁금합니다. 사람이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는 것처럼!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