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었더라면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었더라면
  • 승인 2019.05.1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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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대구시의사회 기획이사, 든든한 병원 원장)
최근 조현병이라는 병이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다른 말로 정신분열증이라고 불리는 이 병은 사고, 감정, 지각, 행동 등 인격의 여러 측면에서 광범위한 임상적 이상 증상을 일으키는 정신 질환으로 환각, 망상 등의 심각한 증상을 나타낼 수 있는 병이다.

대체로 20대 정도에 첫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전구증상기가 있지만 미세한 변화로 인해 일찍 알아차리기가 어려우며 사춘기 등에 나타날 수 있는 정서적 불안정성과 분별하기가 힘들어 진단을 빨리 하기가 힘든 병이다.

인구의 1% 정도의 꽤 높은 발병률을 가지지만 잘 드러나지 않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병은 아니다. 더욱이 조현병은 주 증상인 망상과 환각을 환자는 진짜로 느끼는 경우라 본인이 스스로 병원을 찾기가 힘든 병이다.

물론 제대로 치료만 잘 한다면 큰 문제없이 지내는 경우도 있지만 본인 스스로의 병식이 없는 경우에는 치료하기가 상당히 힘이 들며 약물 복용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서 주변 가족들도 힘들어 하는 병으로 알고 있다.

불과 수개월 전 우리는 임세원 선생님을 잃었다. 고인은 평소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편견을 가지지 않기를 원했지만 결국 자신이 치료하던 환자에게 죽음을 당하셨다.

이런 조현병 환자들의 입원 및 외래 치료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실제로 강제입원이 인권 탄압의 소지가 많다는 미명 하에 2017년도에 정신보건법을 개정하게 된다. 당시 많은 신경정신과 선생님들께서 잘못된 법 시행의 결과에 대하여 강력히 경고를 했지만 몇몇 정치인들에 의해 법안은 개정되었다.

물론 강제 입원이라는 게 악용이 되면 환자의 인권을 제한하게 된다는 데에는 공감을 한다.

하지만, 모든 건 시스템이 준비가 된 상태에서 시행을 하여야하지 않았나 싶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당시 의료계에서는 사법인원제도와 외래치료 명령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법 개정 5일전에도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정신건강보건법에는 정신질환자의 입원을 자의입원, 동의입원,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행정입원, 응급입원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중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행정입원, 응급입원의 경우에는 환자 본인의 동의 없어도 입원이 가능하나 현실적으로 시행하기 너무 어려운 상태이다. 보호의무자가 있었더라도 본인이 대면진료를 원하지 않으면 전문의 2명의 진단서를 받을 수가 없게 되고 행정입원과 응급입원의 경우에는 ‘타인에게 위해를 끼칠 위험’이 있을 때 입원을 시킬 수 있지만 이에 대한 판단이 모호하기 때문에 시행되기가 힘든 상황이다.

얼마 전 진주에서 일어난 안인득에 의한 살인사건은 나에게는 정말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당일 오전에 인터넷으로 기사를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만 가지고 하루를 보내고 있던 중 오후에 어머니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고는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날 안인득에게 무참히 살해된 금 모양이 바로 나의 5촌 조카였으며 조카를 구하기 위해 달려들었다가 같이 돌아가신 할머니가 바로 외숙모였다. 제수씨는 중상에 빠져 수술을 하고 입원한 상태라는 소식이었다. 순간 머리가 핑 돌면서 다리에 힘이 빠졌다. 뉴스에 나오는 당사자가 내 가족이 되는 일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그 다음날 일을 마치고 진주로 내려가서 사촌동생을 위로하였으나 참담한 마음은 금할 길이 없었다. 범인은 사촌동생의 친한 친구의 동생이라는 사실에 다시한번 충격을 받았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서로 얼굴도 알고 인사도 하며 지내던 사이라는데 사고를 막지 못한 사촌동생의 절규가 가슴을 아프게 했다. 범인의 형과 엄마가 범인의 상태가 심각한 것을 알고 입원을 시키고 싶었지만 법과 절차가 강제입원을 시킬 수가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몇 달 아니 며칠만 일찍이라도 입원을 시켜서 치료를 받게 했다면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는 않았을텐데.

선진국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신질환자의 치료에 사회적인 판단과 책임이 필요하다는 주장 하에 사법기관이 환자의 상태와 가정환경 등을 고려해 입원 적정성을 평가하는 사법입원제도와 외래 치료 명령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전문가 집단인 의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러한 제도 시행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보건 예산에서 1.5%에 불과한 정신보건 예산을 확대하여 정신질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인 의사들의 주장을 매번 돈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매도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비극이 제발 없기를 바라며 빠른 시일 내에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이고 이것이 최근 일련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에게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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